실종된 사법부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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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지법 형사특별부(재판장 이흥복 지법원장)는 전.현직 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등과 관련한 1심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과 관련, 담당 검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런데 우근민 제주도지사에 대해 사전선거운동 및 기부행위, 허위사실 공표, 유사기관 설치, 선거비용 지출 허위보고 등 4가지 사항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300만원에 불과한 형을 내리고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에 대해서는 사전선거운동죄를 적용해 벌금 15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서 “선거 관련 부정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익적 요구” 등을 참작해 선고했다고 밝혔다. 진정 그런가? 필자가 보기로는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공익적 요구에 앞서 힘있는 자(집권 여당의 도지사)는 선거법을 무려 4건이나 위반해도 그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열어준 판결에 다름 아니다(실제로 우 지사는 선고 다음날 “도민들이 당선시켜줬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잘못됐다는 점도 도민들에 의해 당선된 것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한다.

이 말은 ‘선거법을 위반해도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노골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사법부는 그동안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신속하고 엄중한 판결을 내려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선거풍토를 고치겠다고 호언장담해 왔으며, 또한 위법 사실이 경합돼 있을 경우 ‘가중처벌’이 일반적인 관행임에도 이번 재판부는 법정 최소형과 유사한 형량을 선고했다.

지난 얘기지만 필자는 지난 6월 21일 제주개혁포럼(준) 워크숍에서 발표한 주제발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제주도의 미래가 다른 지방 출신 한두 사람의 양식과 판단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기까지 하다. 작년 성추행사건 당시 제주지검의 일부 검사, 이번에는 담당 판사와 지법원장 등…. 7월 4일은 남.북 간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는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의미있는 날이다. 재판부가 이날을 선고일자로 잡은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제주지역의 통합을 위한 명분으로 법 정신을 망각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수차례 반복하지만 제주지역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도 ‘진실’이 밝혀지고, 그에 따른 법적.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사랑하는 다수 도민들의 생각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혹시나’ 했던 도민들에게 ‘역시나’로 화답하고 말았다. 하여 묻는다. 지금 이 땅에 사법부의 정의는 살아 있는가?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법 정신에 입각하고 만민에게 평등한 법적 판결이라고 주장할 자신이 있는가? 이번 솜방망이 판결에 대해 많은 도민들이 참담함과 함께 분노를 되씹으며 하는 이 질문에 재판부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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