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문화축제’ 왜 연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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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문화축제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일정대로라면 내년도가 개최연도이니 그럴 때도 되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제주도정 차원에서도 섬문화축제에 대한 시행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지속하자니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고 그만두자니 정책 일관성에 흠집이 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섬문화축제는 두 번 다 실패하였다. 한편에서는 두 번 정도의 실패를 가지고 그냥 접기에는 아깝다라고 하기도 하고, 지역 이미지 제고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한다. 혹은 막대한 투자에 비해 효과가 낮다라는 점에서는 축제가 수익성을 우선시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제주섬문화축제는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지역정서적으로도 실패하였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한다면 당초부터 축제로서 가치와 기능을 상실한 이벤트적 행사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관광도 그렇지만 문화의 핵심은 ‘의미’에 있다.

제주섬문화축제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본연의 독창적 축제의미가 아닌 ‘섬민속 모음’이라는 공연문화에 만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지금까지 논쟁과는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섬문화축제는 그 테마부터 문제다. 섬문화축제가 다양한 섬문화를 보여준다는 취지를 내세우다보니 외부문화를 8도 음식점식으로 나열한 흥미 본위의 기획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도민들에게서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관광객에게도 어필하지도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 발전에도 기여를 못하고 있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의 경우에도 각국의 민속행사 프로그램이있지만 엄연히 축제의 중심은 눈과 연결을 시키고 있는 점이 다르다.

둘째, 축제의 생명인 ‘판’이 실종되었다. 축제는 시간과 공간을 한 군데 맞추고 그 속에 사람들이 어울려 판을 형성시킬 때 축제가 살고 흥이 나는 법인데 이건 판 따로 사람 따로 놀고 있다.

마치 동물원처럼 울타리를 쳐놓고 입장료 수입에 신경을 쓰고 앉았으니 이걸 축제라고 할 수 있는가. 신나게 놀려고 하는 축제가 오히려 도민들과 관광객들을 입장객과 비입장객으로 분리시키고 있다.

셋째, 지역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축제는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해야 한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금산 인삼축제’, ‘이천 도자기축제’는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하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전남 무주군은 ‘반딧불이축제’ 하나로 지난 한 해 동안 일약 300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부각시켰다.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는 한 해 동안 13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의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박람회 수준의 섬문화축제는 보여주려는 과욕의 산물이다. 관광객이 그것을 더 잘 안다.

넷째, 축제의 지속적 개최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금 컨셉트대로라면 아무리 개선이 이루어진다하더라도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러 섬의 문화를 본다는 건 일회성이거나 공연문화적인 이벤트로서는 족할지 모르지만 정례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창의성이 없는 나열식, 또는 집합식 테마로서는 도민이든 관광객이든 갈수록 식상해하고, 흥미와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데도 이 축제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축제라 할 수 있는가. 기존 축제를 제대로 기획하여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들거나 아니면 시간을 두고 새로운 축제를 모색하는 것이 지혜로운 판단이라고 본다.

이대로라면 차라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상설무대를 설치하는 편이 제주도에게도, 관광객에게도 득이 될 것이다. 축제는 지역성이 과도하게 분출되어서도 곤란하지만 지역성이 근간되지 못하는 축제 또한 설자리가 없다. 그래도 섬문화축제에 연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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