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의 四面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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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은 지금까지도 미국산 오렌지 수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 앞으로 값싼 중국산 감귤 수입이 예정돼 있어 농민들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판국에 현재 국회에 제출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면 그야말로 제주 감귤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밝혀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내용을 보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한라봉, 노지 및 하우스 감귤들에 모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쌀.배.사과 등은 관세 철폐 대상 품목에서 제외된 반면, 감귤은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종료시까지 매년 관세 없이 100여 t 정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설사 많은 물량은 아닐지라도 제주 감귤 처리에 미칠 영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칠레산 감귤 수입도 그렇거니와 더욱 심각한 것은 포도 수입이다. 포도의 경우 1년 중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계절관세율을 적용, 46%의 관세를 협정 발효 후부터 매년 4.6%씩 감축해서 10년 이후에는 완전 무관세로 무제한 수입한다는 것이다.

계절관세율이 적용되는 이 기간은 감귤이 한창 출하되는 철이다. 이러한 시기에 값싼 칠레산 포도가 물밀듯이 들어온다면 감귤도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다. 비록 같은 귤 종류는 아닐지라도 과일은 다른 작물과는 달리 대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감귤 대신 포도를 선택할 공산은 매우 높다.

칠레산 포도가 세계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협정 발효 후 한국 시장에 들어올 물량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국가적인 큰 틀에서 보면 나무랄 수만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협정으로 인해 제주 감귤이 설자리를 잃게 된다면 정부는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함이 옳다. 이를테면 폐원비를 미리미리 대폭 상향 지원해 전업을 유도하는가 하면, 대체작목 개발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지원책을 강구해 주는 것이 그것이다.

정부 대 정부의 자유무역협정이 아무리 국가적인 차원에서 불가피하더라도 그로 인해 특정 광역자치 전 지역이 온통 치명타를 받는다면 응당 합당한 조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게 아닌가. 제주 지역에서는 작년 감귤대란 이후 벌써 2명의 농민이 자살한 현실을 당국은 결코 외면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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