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 고인돌 공원을 만들자
가파도에 고인돌 공원을 만들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모슬포에서 배에 오른 후 30여 분 정도 푸른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가파도에 다다른다. 배가 가파도의 항개창 포구에 닻을 내릴 즈음이면, 포구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가족 중의 누군가가 제주도라고 하는 뭍이 아닌 뭍에서 챙겨 온 재화를 보기 위해서거나 혹은 오랜만에 꿈 같은 소식이라도 있으면 빨리 듣고 싶어하는 설렘에 가득 찬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가파도의 포구에서는 필자와 같은 이방인에게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 예사이다. 섬사람들에게는 필자도 예외 없이 그저 낚시하러 들른 사람이거나 또는 공사관계로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 내비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사물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경제적으로 크게 손해를 보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간혹 그 정도가 지나치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가파도의 고인돌이 바로 그러한 상황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당국과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가파도의 고인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팽개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관련 행정기관에 대한 비난의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가 행한 가파도 선사유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2년 1월 현재 가파도의 고인돌 수는 총 135기로, 제주도 내에서도 단위면적당 분포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지금까지 확인된 제주도 내의 고인돌 수가 총 180여 기라는 점에서 볼 때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 가파도의 고인돌이 이렇게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원래의 위치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것은 135기 중 75기 정도라 한다. 다시 말해 전체의 44%에 해당하는 60기의 고인돌 상석이 이동돼 버린 셈이다.

과연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인가. 담당 행정기관인 남제주군과 제주도민들의 무관심의 극치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동된 것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선돌(立石)’이다. 이 선돌이야말로 제주도 내에서는 아직 단 한 기도 발견된 적이 없는 아주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선돌이 1998년에 경작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밭 한쪽 구석으로 이동되어 눕혀져 버린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밭 한가운데의 거대한 돌들을 어떻게 해서든 한쪽 구석으로 옮기고 싶은 욕심이 들 것이고, 그러한 일은 반복되면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루속히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개의 고인돌이 더 이동되고 파괴되며 사라질 운명을 맞게 될지 모른다.
필자는 가파도에 고인돌 공원을 조성할 것을 감히 제안한다. 가파도와 같이 작은 지역 내에 많은 고인돌이 밀집돼 있다는 사실은 고인돌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와 배경을 제공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행정당국의 입장에서는 행정적.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난색을 표명할 수도 있지만,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를 향한 중차대한 현안이라 할 수 있다.

가파도의 선사시대 거석문화를 토대로 하여 공원화할 수 있다면, 문화유산의 보전을 통해 후세들에게는 평생교육의 장을 제공할 수 있음은 물론, 작은 섬지역인 가파도와 그 주변 지역에는 경제의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 언젠가 가파도의 고인돌이 진가를 발휘하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