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와 동무와 선생
괴뢰와 동무와 선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문익환(文益煥) 목사가 생전에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장시(長詩)를 남겼다.
이 시는 그가 1980년대 말 북한을 불법방문하기 앞서 쓴 것이다.
그 가운데 북한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며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난 그들을 괴뢰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인민이라고 부를 생각도 없어, 동무라는 좋은 우리 말 있지 않아, 동무라고 부르면서 열살.스무살 때로 돌아가는 거야.”

갑자기 문 목사의 시가 생각나는 것은 오는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남과 북이 제주에서 ‘민족통일평화체육축전’을 개최하게 돼서이다.
그리고 이 시에 나타나는 ‘괴뢰’라는 말과 ‘동무’라는 말 때문이다.

▲이 시에서처럼 그때 우리는 ‘북한’을 ‘북괴(北傀)’라 불렀다. 신문에도 그렇게 썼다. 북쪽의 괴뢰(傀儡)라는 뜻이다.
이 ‘괴뢰’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①꼭둑각시(puppet) ②망석중(tool) ③남의 앞잡이로 이용당하는 사람, 허수아비(robot)라고 되어 있다.
북에서는 그때 우리를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마찬가지였다.

북에서 우리를 ‘남조선 괴뢰’라고 불렀다. 그러니 남에서는 북을, 북에서는 남을 괴뢰라고 불렀으니 우리는 모두 ‘괴뢰’가 되었다.
정부도 괴뢰정부요, 군(軍)도 괴뢰군이요, 언론도 괴뢰 언론이었다.

대만(臺灣)의 전통연극 중에 괴뢰희(傀儡戱)라는 게 있다. 인형을 네 가닥 끈으로 놀리는 인형극으로 송(宋) 원(元) 시대부터 유행했던 것이라 하는데 남과 북이 그동안 괴뢰희를 해왔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두 번째 ‘동무’라는 말은 같은 뜻을 가진 우리말이 많다.
‘벗’도 있고 ‘친구’도 있다. ‘동지’란 말도 있다. 같은 배(胞)에서 태어났다는 ‘동포(同胞)’라는 말도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불교에서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동행(同行)’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 동무라는 말은 흔히 ‘어깨동무’니 ‘말동무’니 하지만 아마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즉 ‘동무(同務)’가 그 어원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심일체(同心一)로 단결하고 결속할 필요가 있는 단체나 결사의 동료들 간에 부르던 호칭이었다.

▲오는 9월. 제주에서 만날 북한사람들을 우리 도민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괴뢰…동무.
그러나 동무라는 말은 문 목사의 시처럼 좋은 우리말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공산 이데올로기의 냄새가 짙어 보이는 것이다.

선생. 그래 김 선생, 박 선생. 그들을 부를 때는 선생(先生)이라는 말이 좋을 듯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