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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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최근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두라”고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부디 이러한 정책적 목표가 일시적인 이벤트성으로 그치지 말고, 슬로건 다짐대로 실제 현장의 온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 서민층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득수준 상위 20% 가계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가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의 경우 지난해 6.2배로 1990년 통계청의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뜻이다.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의 5월 소비자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월대비 11.0% 상승해 아이슬란드의 1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파산선언으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에 처해 있어서 한국이 가장 높은 셈이다. 특히 OECD 평균이 2.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물가는 선진국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럴수록 가장 고통스러운 계층은 두말할 것 없이 서민층이다.

주부들은 가계부를 쓸 때마다 치솟는 ‘엥겔계수’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엥겔계수는 가계의 총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저소득 가계일수록 높고, 고소득일수록 낮은 경향을 보인다.

결국 엥겔계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못살게 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엥겔계수에는 식비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 연초비 즉, 담배 값도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적자재정을 메운다는 구실로 또 담배 값을 올리려는 모양이다.

한 갑에 500원씩 올린다면 2500원짜리 담배를 하루 한 갑씩 피우는 애연가는 3000원으로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한달이면 9만원 꼴이다.

가진 자들에겐 푼돈이겠지만 빠듯한 서민살림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이들에게 엥겔계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억울하면 담배를 끊을 일이지만, 서민 골초들에게 그럴 수도 없을 터이다. 국민건강을 끔찍이도 생각한다는 정부의 서민행보가 어쩐지 마뜩지 않아 보인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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