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설계와 건축인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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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시를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시대는 지났다. 도시는 물리적 공간일 뿐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어우러진 ‘장소’로 보는 관점이 일반적이다.

‘장소’란 ‘의미가 부여된 공간’을 뜻하는 것인데, 인간의 다양한 체험을 통하여 공간을 이해하고 그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장소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추억과 꿈이 있고, 도시민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있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벌이는 집단적인 행사와 활동이 있게 된다.

결국 ‘장소’를 탄생시키기 위한 설계는 단순히 도로나 교량, 택지 등을 조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 장소가 가진 성격을 엄밀히 분석하고 그 성격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과정을 가져야 하는, 지극히 건축적인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최근 마련된 제도가 ‘지구단위계획’인데, 이는 일정의 지역을 지극히 상세한 시야로서 구체적인 계획을 하게 되고 건축적인 설계수법에 가깝게 된다. 이러한 예는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도시인 브라질의 쿠리티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도시의 장소를 만들어야

이렇듯 우리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데도, 이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건축이란 영역은 배제된 채 이전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요즘의 일이다.

제주에서의 도시 관련 개발이나 계획이 행해질 때, 건축인들의 참여는 과연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이루어질까. 우선 대부분의 도시계획 또는 도시설계의 과정에서 도내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자문회의(위원회) 혹은 공청회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문회의나 공청회에 참석하는 전문가들 중 건축인의 비중은 지극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자문회의는 주로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도.시.군의 도시계획위원회가 되겠는데, 여기에서 총 25명의 위원 중 건축전문가는 2명에서 4명 사이가 고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인의 전문적인 견해가 얼마나 비중있게 다루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결국은 정치적.경제적인 논리가 앞설 수밖에 없는 구성이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공청회에서 건축인들의 참여기회마저 매우 미미하다. 비근한 예로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에 대한 주민공청회에는 건축전문가의 초청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청회 개최에 대한 홍보조차 건축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제주시의 도시경관기본계획 수립용역에서 건축전문가의 참여 또한 극히 제한적이며 소수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건축직 공무원 중 지방 4급 공무원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도청의 간부급인 과장에 건축전문직이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개발을 위해 건축적인 안목과 능력이 필요해진 시점에 도시정책에서의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건축직 공무원이 없다는 것은 커다란 맹점일 수밖에 없다.

건축적인 도시설계가 필요

우리는 제주의 건축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에는 건축인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진정 아름다운 건축이 창조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도시설계가 바탕을 이루어야 하며 아름다운 도시설계는 정치나 경제적 논리보다 환경친화적이고 건축적인 수법이 앞서 전개되어야 가능함을 주장하고 싶다.

따라서 도시설계의 단계에서 건축전문가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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