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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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4일)은 초복(初伏). 이제부터 중복(中伏), 말복(末伏)까지 이른바 삼복(三伏)더위다.

2~3일전부터 간간히 비를 뿌리더니 공기 중에는 습기도 많고 불쾌지수마저 높다.

옛 선비들은 무더위를 ‘고열(苦熱)’이라 했다. 지금 말로 ‘불더위’쯤 되는 의미다.

그래서 “혹독한 더위와 근심의 불덩어리가 가슴속 가운데서 서로 졸인다”하고.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 ‘고열’ >

“더위 신(神)이여 잘 떠나라”했다.<민제인(閔齊仁; 1493∼1549)의 ‘송서문(送暑文)’>

▲이 ‘고열’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 이른바 ‘보신탕’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본기에는 “진덕공 2년에 비로소 삼복 제사를 지내는데 성안 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를 막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대 중국에서부터 초복 중복 말복 등 복날에 개를 잡아 악귀를 물리치는 제사를 지내고 보신도 했었던 모양이다.

복날(伏日)의 복(伏)자를 풀어보면 사람(人)과 개(犬)가 맞아 들어가는 것이라는 자의(字意)인데, 그 유래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조선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경도잡지(京都雜誌)에도 삼복더위 보양식으로 개장국을 먹는 습속이 있음을 보여준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을 보면 개를 잡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이라했다.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고. 또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먹는다. 그렇게 하여 땀을 뻘뻘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 있다고 했다. ‘괴로운 열(고열)’을 이열치열(以熱治熱)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열’이 어디 삼복 날씨 때문만 인가.

물가고에 경제사정마저 안 좋아 가뜩이나 힘이 드는데, 혈세(血稅)를 자기 돈 인양 쓰고 바쳐서 상(賞)을 탄 사람들 때문에 서민들이 열 받는 세상이다.

민제인은 ‘송서문’에서 자연현상이 아닌, 세상살이에서 발생하는 ‘무더위’를 극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절기가 바뀌면 무더위야 자연히 물러나는데, 문제는 인사(人事)를 그르치면 재앙이 닥친다”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불볕더위 수은주가 몇 도나 되나. 마음의 무더위는 올랐다하면 확확 타는데.

‘마음을 다스리는’ 피서가 우선이다.

<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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