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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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회화(繪畵)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은 정물화.인물화.풍경화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그는 물체를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그것의 모양을 분석하고 그 구조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세잔의 화풍은 20세기 초 입체파.야수파에 큰 영향을 줬다. 특히 그의 ‘사과’ 그림과 산.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경화는 신비와 자연의 오묘함이 넘쳐 흐른다.

세잔의 ‘사과’는 역사상 유명한 세 개의 사과 중 하나로 꼽힌다. 첫째는 이브의 사과이고, 둘째는 뉴턴의 사과이며, 셋째가 그의 사과다. 화가 모리스 드니는 “잘 그리기만 한 사과는 입에 군침이 돌게 하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고 했다.

세잔의 풍경화 역시 불꽃 같은 색점들을 사용하는 화법으로 신비의 극치를 자아낸다. 시인 릴케는 “세잔은 풍경화에서 종교를 그려냈다”고까지 극찬했다.

세잔의 풍경화 중 에스타크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은 마치 제주바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는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에스타크에서 마르세유만을 배경으로 한 바다를 화폭에 즐겨 담았다. 그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중해의 맑은 햇빛이었다.

세잔은 이곳의 투명한 바다와 생동감 넘치는 자연에 매료된 나머지 모네, 르누아르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불러들여 함께 햇빛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에스타크에서 세잔의 모습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두 번 다시 에스타크 해변을 찾지 않은 것은 이곳에 불어닥친 산업화의 물결 때문이었다. 그는 한 편지에서 “에스타크의 해안은 한때 대단히 아름다웠지만 진보라는 두 발 달린 괴물이 다가와 해변을 기괴한 부두로 바꿔 놓고 말았다”고 적고 있다. 그는 “그것도 모자라 가스등과 전등을 달아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됐다”고 개탄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정도의 진보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오직 순수한

자연만을 추구했던 세잔의 눈에는 가시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아름다운 제주바다 역시 이런 저런 개발로 훼손되고 오염되어 거꾸로 외면받는 바다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해안 개발이 되레 관광객을 내쫓는 어처구니없는 개발이 되어선 안 될 일이다. 각 지자체는 해안도로 개발과 바다를 이용한 무분별한 관광상품화가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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