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대학생’ 두고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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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일컫는 상아탑에 빗대어 ‘인골탑(人骨塔)’이란 말이 나왔다. 비싼 학자금 마련을 위해 등골을 빼야 한다는 뜻에서 나온 신조어다. 예전에는 소 팔아 등록금을 댄다고 해서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른 적이 있지만, 옛말이다. 대학나무라 하여 감귤을 대학 밑천으로 삼던 일은 더욱 꿈같은 얘기다. 일부 대학의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 시대를 맞은 지금 우골탑, 대학나무란 말은 아련하다. 소나 감귤을 팔아서는 한 학기 등록금도 대기 어렵다.

요즘 대학교를 졸업하면 빚쟁이가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등록금을 비롯한 학자금이 워낙 비싸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학업을 하고 졸업과 동시에 그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사정이라도 좋으면 어찌어찌 갚아가기라도 하련만. 이른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에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니 애쓰게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도 기뻐하고 축하할 수만은 없는 세상이다.

특별히 부유하거나 직장에서 학자금이 지원되는 가정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학생을 자녀로 둔 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올해 전국 국·공립대의 등록금은 평균 417만원, 사립대학은 74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 년에 두 차례 납부하는 등록금 만이다. 여기에 교재비, 숙식비에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과 학생들이 낭만·지성의 상아탑인 대학을 인골탑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처럼 고액 학자금에 고통을 받는 것은 제주지역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주대·탐라대 등 제주지역 4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7%가 등록금이 매우 비싸거나 비싼 편이라고 밝혀 학생 10명 중 8명이 등록금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대학생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연 7.3%의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일반대출에 의존해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지역은 2007년을 기준으로 5314명이 모두 184억여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6.13%에 이르는 436명이 11억여 원을 연체해 전국 평균 연체율 3.25%에 비해 갑절 가까이 높은 실정이다. 연체사실로 신용불량자가 잇따르고 학업 중단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제 대학 학자금 문제는 개인의 가계 부담을 넘어 민생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다.

이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등록금을 대폭 낮추고, 긍극적으로는 헌법에 명시된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차원에서 무상교육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벽으로 인해 요원해 보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의존하는 일반대출의 연 7.3%의 이자를 낮추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앞서 거론한 바 대출이자 7.3%는 학생들이 떠안기에는 너무 버겁다.

다행히 정부는 올 2학기부터 이 대출금리를 5% 후반대로 낮추기로 했다. 여기에 제주도와 도의회가 현재 입법 청원중인 학자금 지원 조례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학자금에 짓눌린 절망의 굴레를 벗겨야 한다.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지만, 한국사회의 서글픈 단면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수준으로 대물림하는 교육현실이다.

<오택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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