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 61주년을 맞는 국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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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제헌 61주년을 맞이한 기념행사로‘역동적 변화와 새로운 헌법질서’ 를 주제로 국회와 관련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나라의 근본법인 헌법을 공포한 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될 정도로 헌법의 위상이 약해졌는데 국제학술대회를 거창하게 하면 헌법정신이 회복될까!

61년 전 제헌국회의원은 해방공간의 좌우가 대립한 혼란정국 가운데에도 48년 5월 31일 제헌국회를 개원하여 42일 만인 7월 12일에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는데, 제18대 국회는 법안 하나를 가지고도 1년 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조적이다. 만약 제헌국회가 제18대 국회 같았으면 헌법안을 놓고 싸우는 동안에 북한은 우리보다 먼저 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했을 것이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 온다’고 하여 주권재민의 원칙을 선언했다. 그러나 헌법이 말하는 국민은 광장에 몰려든 수십만 군중도 아니고, 여론조사에 응한 19세 이상의 1000여 명도 아니며, TV토론에 참가하는 여론 조성 층도 아니다. 헌법이 지칭하는 국민은 5000만의 이념적 통일체로서의 국민을 말하는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자기입지에 맞게 임의로 국민의 뜻이라 오도하는 경우가 있다.

국민의 대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사당이 어떤 곳인가?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미국의 국회의사당은 고대 로마신화에 나오는 으뜸의 신 쥬피터의 이름을 따서 캐피톨(capitol)이라 했다. 수도 워싱턴은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맞은편에 링컨기념관, 오른편에 백악관, 왼편에 제퍼슨기념관이 있고 가운데는 광활한 녹지로 광장을 이룬다. 따라서 워싱턴에는 국회의사당 보다 높은 건물은 없어 입법부의 권위를 유지하여 법의지배를 실현하는 현상을 우리 국회의원들도 해외 시찰을 통하여 봤을 것이다.

국회의사당에 가면 누구나 모자를 벗어야 하고 발을 꼬아 앉아서도 안 된다.

반면, 지금 우리나라의 국회는 로텐더홀이 농성장이 되고 전기톱으로 출입문을 뚫고 들어가려는가 하면, 국회의원이 법안심사를 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려고 해도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신성하고 법을 준수하여야 할 국회가 폭력과 무법의 극치를 이루니, 근로자가 공장을 점거해서 공권력이 미치지 못해도 할 말이 없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제18대 국회의원의 의안표결 참여율 을 분석한 결과 조 아무개 원은 법안표결 참가율은 9.3%다. 국회의원은 연간 세비와 활동비로 1억2000여 만 원을 받는다. 이 의원은 개원 이후 처리한 670개 법안 중 62건의 안건처리에만 참여 했으니 의안 한건 당 195만원을 국민으로부터 받은 셈이다. 염치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의안심의를 못하면 그만 두고, 국회의장이 국회를 통괄하지 못하면 그만두는 것이 오히려 명예롭다.

국회의장은 개헌을 할 시기가 됐다고 하는데 법안도 심의하지 못하는 국회가 어떻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받는 개헌을 하겠는가? 아마도 현재의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영토문제, 통일문제, 인권문제 등 국론이 분열되어 이념 투쟁으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이를 이용할 세력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개헌은 필요한 것이지만 제18대 국회의 구성과 입법 역량으로 봐서 개헌의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1948년 헌법을 제정하고 나라를 세운 건국이념과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법의 존엄을 기려 국회의원 전원이 함께 참여하는 제헌절기념이라도 잘 했으면 싶다.

<고창실 전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헌법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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