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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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唐)나라 때 현종(玄宗) 이융기(李隆基)는 양옥환(楊玉環)을 총애하여 귀비로 봉했다. 이렇게 되자 양씨 집안은 집에서 키우던 닭이나 개까지 하늘로 오를 정도로 위세가 대단해졌다. 그의 사촌오빠 양소도 관운이 터져 감찰어사에서 시어사까지 올랐으며 15종의 관직을 겸하게 되었다.

황제는 그에게 국충(國忠)이라는 칭호까지 하사했는데 얼마 후 재상 이임보가 죽자 그 뒤를 이어 40여 명의 사절관까지 통솔하게 되어 그야말로 모든 권력을 한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조정의 모든 관리의 선발도 모두 그가 좌지우지했는데 당시 섬서(陝西)에 운이 없어 벼슬자리를 얻지 못한 장시(張豕)라는 진사가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양국충을 찾아가 볼 것을 권했는데 그리하면 당장 벼슬을 하고 횡재를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양국충을 확고한 태산처럼 보고 있으나 내가 보건대 그는 빙산일 뿐일세. 앞으로 천하가 혼란해지면 빙산이 태양에 녹아버리듯 망해버릴 터인데 그땐 자네들은 의지할 곳을 잃고 말 걸세!”

오래지 않아 과연 안록산(安祿山)이 반란을 일으켜 장안을 공략하자 양국충은 현종과 함께 사천으로 도망치다가 마외역(馬嵬驛), 즉 지금의 섬서성 흥평현에서 병사들에게 살해당하고 양귀비 역시 교살당하니 양씨 가문이라는 권문세가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일개 역관의 딸로 태어나, 평복으로 민심을 살피고자 암행을 즐기던 숙종의 눈에 띄어 희빈으로 봉해진 장옥정이 남인들과 결탁하여 왕비인 인현왕후 민비를 몰아내고 왕자를 출산하더니 중전의 자리에 올라 6년 동안 무식한 건달 오빠인 장희재와 온갖 부귀와 권력을 누린다.

그후 서인들이 주축이 되어 민비가 복위되고 남인들이 실각하자 이번에는 역으로 희빈으로 강등되고 장희재는 제주로 유배되는 내용의 연속극이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권모술수로 중전이 되고 철권을 휘둘렀던 장희빈은 그후 결국 자승자박한 꼴이 되어 사약을 받아 죽게 되고 그녀의 친정 집안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간혹 예외는 있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산의 정상에 오르면 내려와야 하듯이 그 누구도 영원한 부귀와 권세를 누릴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올 때 지저분한 것을 남기지 않고 조심스레 살피면서 내려와야 다치지 않을 터이니 오를 때보다 더욱 힘겨울 수도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누구나 이른 아침녘 소복이 쌓인 깨끗한 흰 눈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과 같다 하지 않는가. 얼마 전 박모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모 전 금융감독원장이 대북송금과 금융권 대출에 대한 직권 남용 혐의로 구속되고 근간에는 민주당 대표 정모씨가 모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시끄럽다.

또 한편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성사되면 자신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될 수 없음을 이유로 유치 반대를 주도했다는 김모씨가 구설수에 올라 있는 보도를 접하고 그저 착잡한 심경만이 앞선다. 박모씨는 수감 직전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며 소회를 피력했다는데 꽃은 권력이요, 바람은 권력을 잃으면 바로 배신하는 세태를 비유한 것이라나.

지금 서울역과 지하철, 지하도는 거지와 노숙자들이 우글거리고 실직 가장의 부인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어린 삼남매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는 등 연일 슬픈 소식이 우리네 가슴을 저민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는 “실직자가 우글거리기로서니 정부를 탓하랴”라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자조를 귀담아 들어야만 할 것이다.

한국에서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 하는데 왜 그럴까. 그래서 노자(老子)는 치국평천하에 앞서 자신을 먼저 항시 신독(愼獨:혼자 있을 때일수록 더욱 몸가짐을 삼가함)하라는 의미로 다음과 같이 얘기했나 보다. “남을 아는 자는 현명한 사람이요, 자신을 아는 자는 덕이 있는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자는 승자(勝者)요, 자신을 이기는 자는 강자(强者)이다. 죽음에 임하여 자기는 소멸하지 아님을 깨닫고 있는 자는 영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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