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눈보고 “왈~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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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지와(井中之蛙)’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고, ‘하충의빙(夏蟲疑氷)’은 여름 벌레는 겨울 얼음을 안 믿는다는 의미다.

장자(莊子)의 추수편(秋水編)에 그 의미가 잘 나타나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를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에 구애되기 때문이며, 여름 벌레가 얼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여름 한철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식견이 좁은 사람에게 도(道)를 말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자기가 아는 것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 세상을 모르는 것은 개구리와 한 여름 벌레뿐이랴.

▲개(犬)도 마찬가지다. 제갈량의 천하 삼분지계(三分之計)로 유비가 촉(蜀)나라를 차지했지만 촉 땅은 매우 작은 산간이었다. 또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비가 자주오고, 많은 날이 하늘에 구름이 짙게 덮여 좀처럼 해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촉 나라 개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평소 해를 잘 볼 수 없어서인지 어쩌다가 해를 보게 되면 이상히 여기고 “왈~ 왈~” 짖어댄다는 것이다.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겨났다.

어리석고 식견이 좁은 사람이 당연한 일을 보고 놀라거나, 선하고 어진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고 의심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이 중국 남쪽 월나라에도 있었다. 남쪽의 월나라는 날씨가 따뜻해서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 그런 때문에 이 나라 개들은 어쩌다 눈이 오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 여겨 “왈~왈~”짖는다는 것이다. ‘월견폐설(越犬吠雪)’이라는 말이다.

▲중복을 앞두고 ‘멍청한’ 개 이야기를 하는 게 그렇긴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가 해를 보고도, 눈을 보고도 “이상하다~”며 짖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는 얘기다.

새 해가 뜬다고 해도 이상하다 하고, 곧 겨울이 온다고 해도 이상하다고 한다.

아침이면 해뜨고 저녁이면 해 지는 게 뭐가 이상한지, 그리고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는 것이 대체 뭐가 이상한지.

세상이 "이대로” 영원할 줄만 아는 모양이다.

나무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늘 푸른 잎이 있던가.

세대가 변하면 “왈~왈~”하지 말고 그칠 수 있을 때 그쳐야 한다.

나중엔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 없으니까.<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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