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찾은 우도는
여름에 찾은 우도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정광중, 제주대 교수, 인문지리학, 논설위원>


여름이 무르익는 7월의 두 번째 주말, 여러 지인들과 우도를 찾았다. 개인적으로는 5년만의 방문이었다.

이번 우도 방문의 목적은 평소에 자주 만나는 지인들과 친선도모를 겸한 단합대회였기에,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도의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5년 전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그러나 5년 전 기억속의 우도와 5년 후 우도의 모습은 많이 달라보였다. 발길 닿는 곳마다 길을 넓히고 건물을 짓는 모습이 한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동안 잘 닦아놓은(?) 도로와 해안가에 잘 정돈해놓은 편이시설 등은 우도를 찾는 귀한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배려인 듯 했다. 구태여 통계수치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최근에 우도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가는 곳마다 렌터카가 도로를 누비고 있었고, 바닷가 가까운 곳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로 무리를 지어 우도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하기에 바쁜 모습들이었다. 홍조단괴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하여 소머리오름 정상의 등대와 산책길, 돌칸이와 검멀래와 같은 해안 절경지, 비양동 망대나 답다니탑(우도의 정북 지점) 망대와 같이 전망이 뛰어난 지점에서는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도로 건너온 것을 기뻐하며 환희에 찬 모습으로 사진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도는 역시 섬 속의 섬으로 제주 본섬은 물론 육지부나 외국으로부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곳임에 분명하다.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탐방할 만한 가치가 있음은 물론이고,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수욕을 즐길 만 한 곳이다. 제주도 출신인 필자도 언제라도 틈만 나면 건너가보고 싶은 충동감이 든다. 그만큼 우도는 제주 본섬에서는 만끽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연경관과 독특한 생활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도에서는 손님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부지런히 섬 전역에다 온갖 색상을 입히며 치장해온 듯 했다. 5년 전 필자의 뇌리 속에 간직돼 있는 우도의 모습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다. 유난히 홍조단괴 해수욕장이 있는 주변지구는 눈을 의심해야할 정도로 색상의 강도가 강하게 다가왔다. 마치 제주 본섬의 신제주의 어느 일각을 바라보는 듯 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쯤 되니, 마음 한 구석에선 우도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도가 날로 새로워지기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한꺼번에 밀려오는 손님들을 적절히 수용할만한 시설이나 공간이 필요한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상행위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지나친 과열경쟁으로 손님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더 더욱 안 될 일이다.

이제 우도에 더 이상의 큰 환경변화가 오기 전에, 관민(官民) 모두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며 자아성찰의 기회를 가질 만한 시점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우도 안에서 오랫동안 기거하는 사람들은 우도의 내부가 무엇으로 인해 얼마만큼 변하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최근 모든 세계인들이 주장하는 생활문화의 가치와 목표는 ‘과거로의 회귀’이다. 요즘에 자주 회자되는 슬로우 푸드(slow food),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슬로우 시티(slow city) 등은 지나간 과거의 시간 속 삶의 방식과 연결돼 있다.

앞으로, 우도에서만큼은 모든 사람들이 과거의 시간 속에서 삶의 방식을 느끼고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는, 슬로우 투어(slow tour)가 돼도 좋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