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자 이야기 - 주민등록증
600자 이야기 - 주민등록증
  • 좌동철
  • 승인 200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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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일본인으로 제주에서 56년을 살면서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한으로 남았던 타루자와 마요 할머니(88.애월읍 수산리.본보 지난 4월 25일 보도)가 지난 22일 주민등록증을 교부받고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 56년 동안 한국 이름이 없었던 할머니는 ‘아키코(明子)=명자’처럼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로 쉽게 바꾸지 못해 한자음을 빌려 ‘준택 마요’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됐다.
지난 5월 6일 법무부로부터 귀화허가 통지문을 받고도 한 달 넘도록 주민등록증을 받지 못해 마요 할머니와 가족들은 그동안 애가 탔다.
마요 할머니의 본적지인 일본 훗카이도 아키타현에 국적상실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못 하다 연락이 닿은 친척을 통해 어렵게 국적상실신고를 하고 이번에 주민등록증을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성인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주민등록증을 50년 넘도록 받지 못했던 마요 할머니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아도 비용이 수십 만원 들었고 각종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했다.
특히 선거권이 없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훗카이도로 징용됐던 박태봉씨와 만나 결혼한 후 해방 이듬해 남편의 고향인 수산리에 정착한 후 55년이 지나서야 주민등록증을 취득한 마요 할머니.
딸 박송자씨는 “평생 바라왔던 한국 국적을 취득해 어머니는 물론 가족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어머니는 1950년 구장(현 이장)이 발행한 도민증 대신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