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가려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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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택시를 타면 기사들과 많은 얘기를 하는 편이다.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제주도의 경기는 귤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관광산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물으면, 귤을 팔게 되면 돈이 고스란히 제주도에 남는 데 반하여 관광객들이 제주에 온다고 하더라도 항공사와 유명 호텔로 돈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주도에 남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즈음엔 관광객들이 택시를 이용하는 대신에 외지 자본에 의해 도입된 렌터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마저 외지로 빠져 나가고 제주도가 관광산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고용효과뿐이라고 한다.

만일 제주도에 아무런 기반시설도 없다면 관광객 역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청정한 자연만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도내에 관광기반시설을 구축할 만한 대규모 자금이 없다면, 외부의 자금이 들어와 이들을 구축하게 되고 수익의 상당 부분은 다시 외부로 흘러 나가게 되어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이니 수익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제주의 자본으로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인 생각은 아닌 듯 싶다.

결국 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 자금에만 의존한 기반시설 구축은 돈벌이는 못하면서 재주 부리는 곰이 되는 것이고 또 외부 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무도 찾지 않는 청정 제주를 만들게 되는 셈이니 이 두 가지 극단의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도정을 맡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어떤 보도를 살펴보면 외국 자본이 투자를 조건으로 각종 세제 및 건축법상 혜택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투자 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규제를 모두 풀어서 투자 유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게 과연 제주도를 위하는 일인지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부는 가칭 수리과학연구소를 건설할 계획인데 지방화 추세에 발맞추어 수도권은 배제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연구소가 제주도에 유치된다면, 매년 100억원이 제주도에 들어오게 된다. 귤이 알짜 돈이라고 하더라도 귤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농약, 비료, 기자재 등은 사와야 한다. 포장, 운송에도 비용을 지출한다.

따라서 귤 판매대금에서 지출된 비용을 뺀 차액만큼이 순수익이 된다. 한편 연구소를 유치하게 되면 연구보고서를 제외한 아무것도 나가지 않으므로 연간 100억원의 순수익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일단 100억원 규모의 예금고를 유치하게 되는 은행이 활성화될 것이고 각종 연구기자재, 문구 등을 납품하는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또 제주도가 양성한 인력의 채용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제주도가 지식인집단을 보유하게 됨에 따른 부가적인 혜택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람들의 왕래가 더욱 잦아질 것이고 이들은 관광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인구를 100만으로 본다고 하는데 인구가 늘어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제주도가 1인당 GDP 2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국제자유도시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국제자유도시라는 것은 외부 자금 유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이다. 지금 투자 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 지원 등에 대해서 지자체와 국제자유도시추진단 간 의견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의견 차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의견을 수렴시켜가는 과정이 바로 민주적인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자본 유치에 대해, 어떤 것은 바람직하고 또 어떤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기준이 있었으면 한다. 어떤 투자 유치는 바람직한 것이고 또 어떤 투자 유치는 그렇지 않은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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