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조율’- 대의기능을 포기한 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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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끝난 제주도의회 197회 임시회에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안건이 상정되었다.
하나는 최근 논란이 되는 한림읍 금악리 블랙스톤리조트 개발사업에 따른 통합영향평가 심의가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년 말부터 계류돼온 ‘정보공개조례’의 개정건이다.
블랙스톤리조트 영향평가 심의는 먼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개발예정지가 최근 그 타당성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제주도 GIS(지리정보시스템) 체계상 곶자왈이 위치해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도의회의 결정은 향후 제주도 곶자왈 지대의 보전여부에 하나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시점이 곶자왈 지역을 절대보전이 가능한 1등급지구로 재조정하는 안을 포함한 GIS 관련 조례개정청원이 이뤄진 직후여서, 그 결과는 향후 조례개정청원을 다루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둘째, 이번 도의회의 심의는 특별법 시행조례에 명시된 영향평가 도의회 동의권이 개발절차의 간소화라는 미명하에 집행부에 의한 삭제 위협에 처한 중에 이뤄져 영향평가심의를 모두 거친 개발사업에 도의회가 얼마나 최종적인 검증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도의회는 이번 사안을 단 한 번의 현장답사와 사업자 설명회만으로, ‘수정의결’이라는 허울 좋은 형식을 빌어 통과시켜 버렸다. 문제는 이를 심의한 관련 상임위의 결정이 ‘공개된’ 회의보다 상임위원장실에서 벌어진 1시간여의 ‘밀실 조율’에 의해 결과했다는 점이다. 이로서 도의회는 제주도 중산간의 난개발을 사실상 옹호한 또 하나의 오결(誤決)을 제주개발사에 남기게 됐을 뿐 아니라, 영향평가 동의권을 주장할 근거마저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정보공개조례’의 개정은 투명행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들을 신설하는 것에 불과했다. 정보공개여부를 결정할 ‘정보공개심의회’ 구성원의 확대, 단체장 등의 업무추진비 정례공개 규정 마련, 별도의 청구가 없더라도 정기적인 행정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도가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도의회는 이 조례안이 뭐가 그렇게 민감했는지 작년 말 정기회 때부터 이 안건에 대해 이런 저런 핑계로 논의 자체를 유보시키며 끌고 오다가 이번 임시회에 재차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공식적인 논의조차 진행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8일 의회내 모니터 화면에는 이 안건순서에 임한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마이크를 끄고 비공개 논의로 전환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해당 상임위는 이 안건에 대한 한 마디 언급조차 없이 회의를 끝내버렸다.

또 다시 조례안 심의를 비껴간 것이다. 제도개혁은 고사하고 의원 10여 명에 의해 스스로 발의한 조례안조차 해를 넘기도록 제대로 논의 한 번 하지 않는 의회에 무얼 더 기대할 수 있을까?

도의회의 이번 임시회는 대의기능이 마비된 실망스런 모습만 거듭 보여줬다.
더 이상 의원들은 적당한 타협이나 은밀한 조율을 자신의 정치역량으로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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