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 지방분권특별법과 제주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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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극대화 방향서 재벙분권 접근
권한 ‘책임통제 메커니즘’ 구축을


참여정부가 마련한 ‘지방분권특별법안’이 발표되었다. 총 19조로 구성된 법안은 중앙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지방으로 일괄이양,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성 강화, 자치입법권 확대와 자치인사권 보장을 통한 자치행정역량 강화, 지방의회 심의.의결권 확대로 지방의회 의정 활성화, 주민투표 도입 등 주민참여 확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건의한 내용들이 대부분 반영되었고 이로써 기존의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일단 마련되었다.

세계화, 정보화 등 21세기 환경은 경쟁의 단위를 국가에서 지역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국가의 경쟁력은 지역의 경쟁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분권작업은 문명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한 현실적합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지방분권특별법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재정 부문이다. 이 안에 따르면 인구가 적고 도세가 약한 제주지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국고 지원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수도권에 의한 지방재정 패권주의가 제도화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예컨대 그간 제주의 지방재정의 효자 노릇을 했던 제주경마공원 레저세를 국세로 바꾸는 등 지방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세목의 소재(所在) 변환 구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방분권이 오히려 지방재정의 중앙집중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분권화는 지방을 피폐하게 하고 분권 개념의 허구화를 초래할 뿐이다. 지금의 실정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가장 적절한 방법은 지방교부세율을 현행보다 5% 이상 높여서 이를 독일처럼 ‘지방형평기금’으로 재원화하는 제도적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 재원을 갖고 중앙정부는 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를 보전해주는 등 지역 간 형평화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지역은 다른 시.도와 인구적, 지리적, 문화적, 산업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지방분권이라는 보편성 속에서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잠재력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분권의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이고 세원이 풍부하지 못한 제주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조세법률주의 테두리에서 제주의 고유한 여건을 잘 살릴 수 있는 지역개발 재원을 발굴.활용할 수 있도록 그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분권화는 지방으로 권한과 자원을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방으로 이양된 권한과 자원을 어떻게 하면 오용.남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개혁과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대폭적으로 이양된 사무와 권한을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무원의 업무수행능력이 무엇보다도 제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역량 자체도 높아져야 한다. 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지역 발전에 책임을 지기에는 사회가 너무나 다원화.복잡화되었다. 자치단체, 대학, 기업, 연구원, 언론, 시민단체 등 지역 발전 주체들 간 협력적 네트워크 체제인 지역혁신체제(RIS)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들이 요구된다.

또한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이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하는 분권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방 차원에서 이를 공정히 다룰 수 있는 투명한 메커니즘(Mechanism)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분권적 질서가 지역사회의 소수 엘리트의 권력적 기반을 강화시켜주거나 공권력의 사유화를 초래하면서 부정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권화는 이양된 사무와 권한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과 더불어 이에 대한 책임통제 메커니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 주민참여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다양한 분권과제들이 토론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주민참여 보장없이 이루어지는 지방분권화 작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 또한 복식부기제도, 자치단체 파산선고제 등의 도입을 통해서 자치단체의 재정 투명성 확보와 함께 자치단체의 재정 운영 결과에 대해 그 책임을 해당 지방정부가 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책임이 수반되지 않은 자치는 자유방임이지 진정한 자치가 아니다.

<고충석 제주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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