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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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구에 골몰해 있었다. 배가 고파 계란을 삶는다는 게 회중시계를 삶아버렸다. 그러다 배고픈 게 잊혀졌다. 짓궂은 친구가 그의 도시락을 슬쩍하고는 어쩌는지 지켜보았다. 실제로 배가 고픈 그는 “아까 점심을 먹고 또 먹으려 하다니 정신이 이렇게 없어서야”라며 도시락을 찾았다. 친구는 “도시락은 먹어 버렸잖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몰라”라고 핀잔을 줬다. 그는 중얼거렸다. “어쩐지 금방 먹은 것으로는 너무 빨리 배가 고프더라니….”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Newton)의 이야기다. 보통 사람으로 치면 건망증치곤 중증(重症)이다. 그러나 뉴턴은 한 번 생각에 빠지면 의문에 꼬리를 물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바로 이 같은 집중력이 대수학자 뉴턴을 탄생케 했다.

▲노나라 때 이야기. 공자(孔子)와 애공(哀公)의 건망증 대화는 유명하다.
애공이 말했다. “이사를 가면서 자기 아내를 두고 간 사람이 있답니다. 건망증이 이렇게 심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것보다 더 심한 경우가 있지요. 하(厦)나라의 걸왕(桀王)과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을 깜박 잊어버렸답니다. 그 바람에 나라는 망해 버렸거든요.”

권력층은 자신과 주변보다는 나라와 백성을 잊지 말기를 경계(警戒)하라는 내용이다.
2000년 서울. 일본기자가 한국기자에게 했다는 이야기 한토막.

“한국에는 까마귀가 없다. 잊어 먹기를 잘하는 한국인들이 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라는 농담을 들먹였다 한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각종 특혜 시비 등으로 또 다른 위기감에 젖었던 한국경제의 건망증을 두고 한 촌평.

▲이들 이야기는 한국 사회를 그대로 투영한다.
뉴턴의 경우, 우리 이공계 대학생들의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물 좋다’는 전공으로 옮기려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반수생이 넘쳐난다. 이들은 이공계 몰락이 국가경쟁력의 추락임은 잘 알고 있다.

공자의 이야기는 집권 세력들의 아집과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질타한다.
최근 청와대와 총리실의 일부 비서진의 해이한 공직기강과 비리 시비는 왜 멈춰지지 않을까. 국민들과의 약속을 밥 먹듯이 파기하는 정치권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왜 우리 사회는 건강성을 갖지 못할까.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역사를 쉽게 잊는 건망증 때문이라면. 매사에 초심을 잃지 않으면 될 것이다. 권력을 좇는 불나방을 과감히 쓸어버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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