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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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자살을 염세주의자들만의 것인 양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세상이 복잡다단해지면서 평소 낙천적인 사람들도 어느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켕은 자살의 원인을 이기적 자살, 애타적(愛他的) 자살, 아노미(anomie:무규제상태)적 자살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과 사회의 결합력이 약할 때, 애타적 자살은 사회적 의무감이 지나치게 강할 때, 그리고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환경의 차이 또는 도덕적 통제가 결여될 때 발생한다고 했다.

작가 헤밍웨이의 급작스런 자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노벨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에서 보여준 그의 삶의 의지는 염세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대어(大魚)를 낚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불굴의 정신은 물론 상어에 뜯겨 뼈만 앙상히 남은 고기를 보면서도 노인은 전혀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 또다시 대어를 낚는 꿈을 꾸며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그는 1961년 7월 엽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1928년 아버지의 권총자살에 뒤이은 엽총자살이었다. 아마도 애타적 자살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난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내던지는 자살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까지 돌연 투신 자살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역시 그의 윗형의 자살에 이은 투신 자살이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가족의 생계가 막막한 사람의 자살일 경우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대북 경제사업 등 국익을 위해 할 일이 많은 정 회장의 자살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경제력을 더 키워 빈부격차 해소에 기여할 정 회장의 자살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극빈 가정의 자살은 아노미적 자살에 속하고, 정 회장의 자살 역시 헤밍웨이처럼 애타적 자살에 해당될 것이다.

잇단 자살사건을 보면서 “자살이라는 생각은 커다란 위안이다”라고 한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이로 인해 사람은 수많은 외로운 밤을 성공적으로 지낸다”라고 했다. 원래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를 극복하는 삶이 더 값진 것임을 강조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든 경제계의 큰 별을 잃은 국민들의 슬픔은 그 가족들 못지않게 크다. 그는 그렇게 갔지만 그가 심혈을 기울인 대북사업은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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