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나와 세상의 관계'를 추론하고 가시화
미술로 '나와 세상의 관계'를 추론하고 가시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입주 홍보람 작가 아트스페이스C서 '생각의 꼴' 전시
▲ 홍보람 작가가 자신의 작품 '나뉘고 나뉘다 다시 만나는' 앞에 서 있다.

‘난 어디서 왔지?’ 홍보람 작가(31)는 그림을 통해 자신과 세계,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추론하고 가시화한다.

문득 스친 생각, 느낌, 판단이 도대체 어디서 발원했고 세상과는 어떤 연관을 맺는지 파악하는 게 작업의 모멘트다.

“하루하루 마주하는 세상을 탐구, 상징과 은유를 통해 나와 연결고리를 발굴해 이해하고 변용하고 수용하는 과정”이란 설명.

생각을 어떤 형태로 인지해 거기서 어떤 근원적인 인식을 추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그의 창작의 열쇠다.

그림뿐만 아니다. 홍 작가는 중학시절부터 무대에 섰고 서울대 미대 진학 후엔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소통에 관심이 많아 대학시절 그는 그림을 통해 교감하는 실험 워크숍도 감행했다.

또 “소리가 마음을 정화한다”는 그는 밴드 ‘포츈쿠키’에서 보컬로 활약하며 ‘바쁜 벌 공작소(Busy bee works)’를 기획운영, 미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비정기간행물도 펴낸다.

올해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거주프로그램에 참여, 창작을 진행해온 서울출생의 홍 작가가 제주시 노형동 아트스페이스C에서 ‘제주작업’ 결실을 공개한다.

제명 ‘상상(想象)’, 때는 7~20일.

전시를 기획한 아트스페이스C가 4일 오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를 만났다.

-어떤 전시인가. 추구하는 바는.

“‘想像’ 아닌 ‘想象’이다. 생각의 모양이나 꼴 정도 의미다. 일련의 생각의 중심은 ‘관계’다. 자연을 매개로 머릿속을 탐색, 나와 세계의 관계를 해석하고 화면에 옮겼다. 목탄과 파스텔로 그린 것은 뇌리의 이미지들이 고착화된 게 아니라 흐릿했다 또렷해지고 계속 변화해서다. 비비고 문대며 점점 누적시켜 진하게, 거꾸로 흐리게 표현하는 데 목탄 등이 제격이다.”

-제주와 작업내용 소개해 달라.

“용암, 바다 등이 인상적이고 강력한 생명력도 읽힌다. 시사각각 변화상도 감지된다. 인식 따라 작품도 변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꽉 막혔다는 인상이 엄습했다. 섬이어서 망망대해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바다란 엄청난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다. 파란 빛의 둥근 물기둥에 둘러싸인 제주를 그렸다. ‘섬의 느낌-물로 된 벽’ 작품이다. 나중엔 물에 의해 본토와 분리돼 보여도 해저바닥은 연결됐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작품 ‘품고 있는 느낌-물과 분화구’). 수평선도 단절, 경계로 대변되지만 바다는 수평적으로 연속돼 있을 뿐이다.”

-특징적 관념 다룬 작품 있다면.

“‘나뉘고 나뉘다 다시 만나는’(이분법적 사고를 통찰한 작품)이다. 구체(球體)의 상하중심에서 각각 파랗고 붉은 ‘가지’들이 중앙을 향해 나무뿌리처럼 뻗어있다. 완충지대라곤 전혀 없는 양극단의 대립도 의미 파생과 분화를 거치면 결국 접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발 더 내디뎌 혼자만의 영역과 세상은 없다고 믿는다. ‘물결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했다. 큰 원 안에 붉거나 파랗고 크기도 다른 많은 동심원이 교차하며 하모니를 이룬 모양이다.”

전시작은 모두 30여 점. 작품 제목들도 다분히 철학적이고 사색적이다. ‘바다의 느낌-둘러싸여진 느낌’ ‘물과 용암과 땅의 느낌’ ‘시간과 눈이 마주치다’ ‘모양이 갖는 에너지연습’….

첫날인 7일 오후 7시 전시회 오프닝 후에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고, 9일과 16일 오후 2시부터 관람객이 참여하는 ‘함께 그리는 큰 그림’ 워크숍도 진행된다. 문의 016-690-0040.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