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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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찜통 무더위가 사람들을 기진맥진하게 하고 있다.
열대야도 이어져 잠을 제대로 못 이루다 탑동광장으로 몰려들거나 밤늦게까지 대형 매장을 찾아 더위를 식히는 게 요즘이다.

하면 선풍기와 에어컨이 없던 옛날의 선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무더운 여름을 이겨냈을까.
조선 중기에 주로 그려진 ‘고사탁족도’는 옛사람들이 복더위를 어떻게 이겨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발을 물에 담그는 이른바 ‘탁족(濯足)’은 무더운 한여름 선조들의 중요한 피서법으로, 계곡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아 담소하는 풍경들은 그지없이 낭만스럽고 시원할 따름이다.

체면과 품위를 중요시하던 시대이기에 발만 물에 담그기는 하지만 모든 신경이 모여 있어 발만 식히면 찬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더위를 쫓을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에 ‘탁족’에 대한 선인들의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소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연산군은 더위를 쫓기 위해 뱀들을 집어넣은 대나무틀 위에 않아 서늘함을 즐겼다 한다.
경국지색 양귀비는 쇠구슬을 입에 넣어 그 냉기가 고인 침을 삼키며 더위를 식히고 철분도 섭취했다 한다.

선인들은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통풍이 잘 되는 삼베옷이나 모시옷을 즐겨 입었다.
거기에 부채나 발, 돗자리, 죽부인, 등거리, 토시 등의 부속물들을 이용해 더위를 쫓았다.

대나무를 쪼개 둥글게 엮어 만든 피서용 침구인 죽부인은 시원한 아내를 품고 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삼베 홑이불을 씌워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 한 다리를 걸치고 자면 시원함은 물론 허전함도 덜 수 있었다 한다.
그러기에 죽부인은 아들이 아버지의 것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등거리와 토시는 속옷과 등.팔 사이에 끼던 대나무로 만든 기구로 통풍이 잘 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집안에는 창문을 열어놓은 대신에 발을 쳤고 방바닥에는 돗자리를 깔아 누워 더위를 식혔는데 발과 돗자리에는 복(福), 수(壽) 등의 글자나 소나무, 용, 사슴 등의 문양을 새겨 넣어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선풍기와 에어컨, 냉장고가 있는 요즘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더위를 식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우리는 편리한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선인들의 피서방법이 더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는 없는 멋과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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