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공포' 매미 소리 극성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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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ㆍ아파트조경 발달ㆍ네온사인 등이 원인

"맴∼매앰, 맴∼매앰…"

서울 동작구 본동의 아파트 3층에 거주하는 회사원 윤모(36)씨는 최근 집 주변에서 새벽까지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베란다 바로 앞 조경수에 달라붙은 매미들이 시위하듯 밤마다 `굉음'을 내며 울어대는 바람에 한여름인데도 베란다 이중창을 닫고 산 지 오래됐지만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 것.

윤씨는 6일 "매미는 더는 잠자리채를 들고 다니던 어릴 적 동심의 벌레가 아니라 해충 수준이다"며 "미친 듯이 울어대는 매미 소리 때문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최근 윤씨처럼 매미 소리의 `공포'에 밤새 시달리는 시민이 부쩍 늘고 있다.

매미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무엇보다 온난화와 함께 매미의 개체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반 매미와 관련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울지 않는 해충인 `꽃매미'의 발생면적(개체가 발견되는 면적)이 2007년 7ha에서 작년 91ha, 올해는 2천765ha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일반 매미 개체수도 급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이상계 연구관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꽃매미 개체수가 급증하는 등 여러 정황상 매미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매미는 겨울에 유충 형태에서 낮은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은데 지구 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올라가 생존율이 높아졌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상호 대전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통계가 없으니 매미 수가 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며 "도심에서는 건물로 인한 울림현상이 심해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아파트 조경 수준이 발달하면서 활엽수가 많이 심어져 매미들이 아파트 단지에 밀집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연구관은 "매미는 활엽수를 좋아하는데 아파트 조경수들이 미관상 대부분 활엽수로 구성돼 있어 매미가 아파트 단지에 많이 살게 됐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북환경운동연합 김진태 사무처장은 인간이 왜곡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매미가 시끄럽게 울게 된 것이라는 색다른 해석을 했다.

김 처장은 "도심에서 매미가 큰 소리를 내게 된 것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한 탓이다. 수컷이 교미하러 암컷을 찾느라 우는 것인데 도심에서는 소음 때문에 해가 갈수록 매미가 더욱 시끄럽게 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도심의 네온사인 등으로 밤이 점점 환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매미는 원래 낮에만 울고 밤에는 잘 울지 않는데 조도가 높다 보니 밤과 낮을 혼동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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