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위도 주민들에 대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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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적 선택도 모든 시민들에게 같은 형태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크게든 작게든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보상 시험(compensation test)’이 필요하다. 어떤 정책에서 사람들이 보는 이득의 총계가 사람들이 보는 손해의 총계를 메우고도 남느냐 따져보는 것이다. 이득이 손해보다 크면 일단 그것은 추진할 만한 정책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물론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언제나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는가 따지기도 힘들고 실제로 재원을 마련해서 보상을 해주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 보상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흔히 부분적이고 간접적인 보상에 그친다.

그러나 어떤 정책으로 인해 특정 시민들의 재산권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명백히 침해되면,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위도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짓는 일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런 시설은 모두 꺼리므로, 그것이 들어서면 위도 주민들의 재산은 여러 모로 가치가 줄어든다.

그런 재산권의 훼손에 대해 당연히 제대로 보상돼야 한다. ‘보상’이 아니라 ‘지원’이라는 정부 관리들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굳이 지원이라 부르더라도 지원의 근거는 결국 재산권 훼손에 대한 보상 아닌가.

아울러 보상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당사자들의 재산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역의 공동재산을 제공하는 형식은 개인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 개별적이고 재산권을 존중하는 보상은 사용에 대한 제약이 가장 적은 재산 형태인 현금으로 이뤄지는 보상이다.

정부가 현금 보상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산권 훼손에 대한 현금 보상은 더할 나위 없이 정당하고 간편하므로 그것이 법에 어긋날 리 없고, 만일 그것을 막는 법이 있다면 그런 비합리적 법은 당장 바뀌어야 한다.

현금 보상이 나쁜 선례가 되어 국책사업을 방해하리라는 주장도 엉뚱하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나 쓰레기소각장과 같은 기피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신들이 볼 손해에 대한 보상이 없거나 충분치 못한 사정을 지적하는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손해들에 대해서도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은 그런 항의를 줄이는 단 하나의 길이다. 현금 보상은 나쁜 선례가 아니라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합리적 보상이 사회적 비용을 낮춘다는 사실이다. 보상 금액은 기피시설의 설계와 위치 선정에서 가장 합리적인 평가기준이므로, 보상 금액이 가장 적을 형태와 위치를 고르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이번 경우 현금 보상은 실질적 이점도 지녔으니 위도 주민들에게 섬을 떠날 기회를 준다. 지금 외진 섬들의 주민들이 누리지 못하는 문명의 혜택은 너무 크고 어업의 쇠퇴는 그들의 삶을 점점 어렵게 만든다. 섬 주민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안타깝게도 그런 이주는 당사자들에겐 너무 큰 돈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현금 보상은 큰 사회문제 하나를 누그러뜨릴 터이다.

반면에 국무회의에서 거론된, 소득원을 개발해주거나 학교에 어린이집을 만들어 무료로 운영하는 방안과 같은 공동재산의 제공은 점점 거세지는 도시화 추세를 거슬러 사회적 낭비를 낳을 터이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뭍으로 떠나서 평균 연령이 아주 높은 섬에 ‘어린이집을 지어 무료로 운영하겠다’는 탁상공론이 그 점을 일깨워 준다.

간접 지원은 위도 둘레나 방사성폐기물 수송로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으로 타당하다. 그들은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받지만 그런 영향에 대한 보상은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재산의 형태로 보상하는 방안은 실제적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기피시설의 건설엔 혼란과 갈등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처리가 그런 혼란과 갈등을 키웠다. 기피시설의 건설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그것이 한 번 들어오면 주민들은 결국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깊이 내렸다는 사정이다. 그런 인식을 줄이는 길은 정부가 보상을 충분히 해주는 길뿐이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가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좀더 세련된 개념 설계도 절실하다. 정부는 그저 유치 신청을 받을 것이 아니라 자세한 지침들에 따른 공개 경쟁 입찰을 시행했어야 했다. 그런 방안은 건설과정을 단순화할 뿐 아니라 보상의 크기와 형태에 대한 논란도 없앤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런 방안이 보상의 크기와 배분에 관해 주민들이 먼저 합의를 이루도록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부안군 주민들을 그리도 격분케 한 것이 합의과정의 생략이라는 사실은 이 방안의 장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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