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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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도의 여러 지역신문에는 마라도와 관련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사의 제목을 원문 그대로 옮겨보면 ‘마라도 차량 15대 반출’, ‘마라도는 이제 ‘차 없는 섬’’, 그리고 ‘마라도, 차 없는 섬 만든다’ 등이었다.

마침 필자는 달포 전에 마라도를 다녀왔다. 2년 만의 방문이었는데도 마라도의 주변 환경은 그새 많이 바뀐 것 같았다. 멋있게 디자인한 화장실과 잘 다듬은 현무암 도로가 만들어지고 주변 바다의 오염을 막는 오수정화시설도 가동되고 있었다.

그리고 생기자마자 유명세를 탔던 마라도의 ‘자장면 집’에서도 새롭게 단장한 앞마당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2년 전 마라도에 자동차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방문한 그 때도 분명히 있었고, 더 정확히 말하면 훨씬 그 이전부터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무심코 ‘마라도에도 자동차가 있기는 있구나’라는 정도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다른 한편으론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자동차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되다 보니 지금은 예전에 대수롭지 않게 했던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그저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으나 마라도에서 자동차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관광객들에게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고 더불어 청정지역인 마라도의 명성이나 위상도 지금보다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마라도. 그런 마라도가 정말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보전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곳이겠는가.

필자는 마라도의 지혜로운 결정이 작은 섬 지역의 차원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결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대사건이라 여겨진다.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차가 우리 몸의 일부나 되는 것처럼, 이미 자동차문화에 깊이 취해버린 습관을 말처럼 간단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자동차를 버린다는 것은 결국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듯한 행위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는 ‘주민투표제’ 시행을 발표했다. 이것은 특정지역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투표로 묻겠다는 새로운 제도다.

이 배경은 다름 아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정책사업들이 항상 환경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동시에 님비(Nimby) 현상이나 지역이기주의가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를 크게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질화되다시피 한 새만금 간척사업이 그러했고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선정사업도 그러했다.

마라도 주민들은 정부의 주민투표제를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솔선수범하여 서로의 의견을 묻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른 지역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내린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물론 마라도 주민들이 선택한 자동차 도외(島外) 퇴출 사안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 우리 사회는 마라도의 주민들처럼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사안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정말 위험한 수준의 공중곡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회가 어려우면 어려운 때일수록 ‘나’와 ‘개인’보다는 ‘남’과 ‘우리’를 위하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도 마라도 주민들이 선택한 결정은 사뭇 본받을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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