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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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잠(睡眠)을 못잔 사람과는 인생사를 논하지 말라고 한다.

잠의 중요성을 말하는 서양 속담이다.

피천득은 ‘잠’이란 수필에서 또 이렇게 말한다.

“잠을 못 잔 사람에게는 풀의 향기도, 새소리도, 하늘도, 신선한 햇빛조차도 시들해지는 것이다. 잠을 희생하는 대가는 너무나 크다. 끼니를 한두 끼 굶고는 웃는 낯을 할 수 있으나, 잠을 하루 못 잤다면 찌푸릴 수밖에 없다.”

한방에서도 “쾌식(快食), 쾌변(快便), 쾌면(快眠)”을 건강의 3요소라고 말하거니와 잠을 못자면 피곤한 건 물론이고 기분이 나쁘고 활기가 떨어지며 신체 반응도 늦어진다.

▲사실 잠은 우리 생애의 3분의1의 시간을 차지하지만 실용적 관점에서는 천덕꾸러기였다.

의미 없는 시간, 필요악, 심지어 영혼이 빠져나간 ‘죽은 시간’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잠을 많이 자면 가난해진다든지, 게으른 사람을 두고 ‘잠보’라든지, 하는 얘기들은 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잠은 서너 시간쯤 자고 늘 깨어 있는 사람이 근대화의 전범(典範)이었다.

흔히 무슨 시험을 앞두고 하루에 잠을 몇 시간만 잤다는 말을 하는데 이도 역시 잠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수면이 적정한가. 학자들의 오랜 숙제인데 미국 일본 등 연구기관에서는 하루 7~8시간이 가장 좋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우리 옛 조상들이 말이 바로 진리인 셈이다.

물론 수면 시간은 개인의 연령이나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잠의 질이다. 잠은 바로 안식이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자지 못한다는 건 불행이다.

▲태풍 ‘모라꼿’의 영향 등으로 제주지방엔 지독한 열대야 현상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아침저녁 날씨도 선선하다. 시민들은 밤잠을 설칠 일 없어서 좋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 주변에 ‘잠 못드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아 보인다.

헛된 명리(名利)의 사슬에 얽혀 위험한 교도소 담장을 걷는 정치인, 공직자, 업자들에겐 잠은 이미 안식처가 아닌 탓이다.

왜 그렇게들 밤잠을 못자고 허우적거리는지. 폴 메카트니가 잠을 자다 꿈속에서들은 현악 앙상블로 작곡했다는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들으며 마음 다 비우는 게 낮지 않을까.<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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