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와 지역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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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도내 관광관련 학과 교수 8명과 함께 2박3일간 남해안 일대와 지리산을 다녀왔다. 해외여행만 다니지 말고 가끔 국내여행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서로의 뜻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국내관광의 현주소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을 하였다.

여행코스는 제주에서 완도를 거쳐 해남 두륜산도립공원 케이블카, 우향리 공룡발자국화석산지,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그리고 소록도에 이어 삼천포 한려수도와 지리산행을 잇는 거리였다. 버스로 이동하는데 날씨는 무덥고 이동거리는 멀어 고생은 했지만 짧은 기간내 제주관광의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열린 강진 ‘청자문화제’는 아쉽게도 하루 전에 끝나 보진 못했지만,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주변에 마련된 아담한 규모의 행사장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돈을 들이지 않고도 관람객 수가 72만명에, 잠정 집계한 지역소득만도 77억여 원을 올렸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성공 요인이었다.

소록도 쪽으로 가는 길에 ‘경축 외로도 우주센터 기공식’이라는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몇 년 전 제주도가 강력한 우주센터후보지로 내정되었을 때 국제자유도시에 무슨 우주센터냐며 반발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끝내 2001년 1월 전남 고흥군 봉내면 예내리 하반마을이 선정되었다.

우주센터는 2015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건설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센터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액 3205억원, 고용 창출 5197명, 피용자 보수유발액 637억원 등으로 전망됐다. 고흥군은 항공우주산업 메카로 조성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남해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부각시키겠다는 각오다.

다른 지역이라고 다를 바 없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기획예산처가 공동 주관한 ‘지역발전정책토론회’가 지난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각 지역에서 열렸다.

여기서 대구시와 울산시 그리고 충청북도를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문화.관광산업에 대한 강력한 개발 의지를 표명하였다. 강원도와 전라남도는 물론 대부분 지역이 문화.관광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부산시는 ‘동북아 해양문화.관광거점도시 육성’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영화영상 인프라 확충과 회의산업 육성을, 인천시는 ‘국제관광도시 건설’이라는 명제 아래 영종도경제자유지역을 거점으로 대단위 관광지와 테마파크를 계획하고 있다.

강원도는 ‘동북아관광중심지 조성’을 목표로 접경지역 한민족평화관광권 개발과 동계스포츠밸리 조성을, 경상남도는 ‘남해안 관광시대를 여는 관광인프라 구축’에 희망을 걸고 사계절형 종합.레저관광단지 조성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라남도는 ‘동북아관광의 중심지 육성’을 위해 해양관광 복합리조트단지 조성을 꿈꾸고 있다.

이와 같이 모든 지역에서 관광산업에 치중을 하는 이유는 도시든 시골이든 사람이 몰려야 경제 행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북 부안군이 위도에 핵폐기장을 유치하기에 이르렀을까. 한라산케이블카도 싫다, 내국인카지노도, 우주센터도, 해군항기지도, 쇼핑아웃렛도 다 싫다는 우리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지역 발전의 개념은 달라지고 있다. 너무 지역주민의 이익만 좇다보면 그것이 오히려 그 지역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멀리 보면 개방된 국가가 발전하고, 개방된 지역이 살게 되어 있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아야 경쟁에서 이긴다.

국내에서조차 우리의 관광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아직도 경쟁자를 알지 못하고,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는 꼴이다. 막판에 우리도 ‘부안군의 선택’을 닮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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