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홈페이지도 농작물 재배처럼 가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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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제주지역 농업인들도 자신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농.감협을 통한 계통출하나 일반 상인에게 판매하는 고전적인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독자적인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가끔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운영하고 있는 농업인과 앞으로 구축할 의향이 있는 농업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일부 농업인의 경우 막상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나 하루 방문객이 얼마 되지 않고 판매되는 양 또한 극히 미미하다는 불평을 늘어 놓는다.

그래서 돈을 들여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에 소홀, 방치하게 된다는 푸념이다.

이 때문에 농업인 홈페이지를 살펴 보면 농업인과 소비자들이 소중히 가꿔 나가야 할 게시판이 온통 스팸 홍보 게시물로 뒤덮이는 등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는 이제 갓 집을 지어 놓고 문패를 단 상태임에도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투정이나 다름없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개설한 홈페이지를 불특정 다수인에게 널리 홍보, 찾아오게끔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데도 일부 농업인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다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려는 농업인은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만 하면 상인에게 파는 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당 부분 판매될 것이다”라는 장밋빛 환상을 꾼다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마치 도깨비 방망이로 착각, 가족들 사진과 농장 사진 등을 대충 올려 놓으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와 농산물을 사고 갈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다.

최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농업성공사례 연구보고회에서 소개된 배문열씨(43.경북 칠곡군 지천면)의 사례는 정보화를 열망하는 도내 농업인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공하고 있다.

배씨는 1997년 1월 자신이 경영하는 칠곡 토종황화농장을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전국에서 유일한 데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아 신통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매출액이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첫해 2000여 명에 불과했던 구매회원 수가 6년여가 지난 지금 1만5000여 명에 달하고 매출액은 6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배씨가 이 정도의 효과를 거두기에는 무려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노력이 뒤따랐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연구보고회에서 배씨의 “이제는 홍화씨 재배 농가들이 전자상거래를 도입, 경쟁이 치열한데 눈앞의 이익보다는 원칙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고 있다”라는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씨처럼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전자상거래를 6년 동안 꾸준히 가꿔 자리를 잡은 경우도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등 노력한다는 점은 도내 개별 농업인은 물론 제주시 영평마을, 서귀포시 상예마을, 북제주군 김녕마을, 남제주군 알토산마을 등 제주지역 4개 정보화 시범마을 주민들도 새삼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다.

전자상거래에 도전하는 도내 농업인들 중 상당수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꾸려가는 것도 인터넷에 농장을 꾸려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전자상거래를 시도하는 농업인들은 인터넷 농장도 일반 감귤원과 마찬가지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감귤원을 조성할 때 어린 묘목을 심어 비료를 주고, 병해충을 방제하고, 정지정전을 하는 등 수확을 하기 전 3~4년 동안 공을 들이는 것처럼 인터넷 홈페이지도 이와 똑같은 애정으로 가꿔 나가지 않는 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저녁이나 비 오는 날 등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자신의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발품을 팔아야 하고 남들과 달리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 발굴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막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면 감귤원에 묘목을 심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터넷 농장이 비록 묘목 수준에 불과하지만 실제 감귤나무를 정성껏 키우는 것처럼 홈페이지에 열정을 쏟지 않는 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상거래의 성공은 절대 보장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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