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비와 김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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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와 김만덕을 뺀 제주의 여인상을 얘기할 수 없다. 자청비는 신화 속의 인물로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제주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이상적 여인이다. 반면에 김만덕은 실존 인물로 가장 자청비를 닮은 여인이었다.

무가(巫歌) 세경(世經) 본풀이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자청비와 하늘나라 문선왕의 아들 문도령의 사랑 이야기는 서사시적 로맨스의 극치라 할 만하다. 자청비는 남녀간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남녀동권의식을 실천한 최초의 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청비의 적극적인 구애(求愛)와 결혼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온갖 지혜를 발휘해 악(惡)을 물리치고 선(善)을 추구하는 일련의 행위는 남존여비사상으로 남녀 구별이 엄격했던 옛 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성 수난시대에 자청비는 오히려 남자보다 더 뛰어난 선구적 자의식으로 용기와 희망을 주고 남녀평등의식을 실천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도령과 함께 농신이 되어 도민들에게 오곡씨를 나눠주고 농사법을 가르쳐 먹는 문제를 해결해 줬다.

김만덕의 의로운 삶 역시 자청비가 그 표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영조 15년(1739년) 제주현에서 태어난 김만덕은 고아가 되어 한때 기생의 양녀로 들어가 자신도 기녀가 됐지만 23세 때 객주업(客主業)을 시작해 거상(巨商)이 되었다.

그녀가 55세 되던 해 대흉년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되자 전재산을 내놔 구휼(救恤)사업을 벌인 일은 후세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여자는 집안일만 보고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여필종부(女必從夫)의 시대적 상황에서 김만덕의 선택 역시 선구적 남녀동권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제주경제계에 여성기업인의 파워가 대단하다고 한다. 전체 사업체 중 여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이끄는 기업은 서울 30.7%, 부산 39.1%, 그리고 전국 평균도 36.8%에 불과하다. 엄청난 제주여성의 파워가 아닐 수 없다.

부지런하고 강인한 제주여성의 힘, 역시 그 원천은 자청비와 김만덕일 것이다. 두 여성은 무조건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 여성의 생활력을 제주여성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하긴 의녀(義女) 김만덕은 열사(烈士) 유관순 등과 함께 화폐 속 인물이 돼야 할 대표적 여성으로 꼽히고 있다. 이 기회에 자청비와 김만덕이 제주여성에 끼친 정신적 세계를 탐색하는 보다 활발한 연구를 시도해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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