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업이든 지방사업이든 그 재원은 국민과 기업이 낸 세금이다. 각 부처가 예산권을 쥐고 있다고 해서 정부사업부터 챙기고, 지자체가 요청한 주요 사업을 홀대하거나 외면하는 상황에서는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제주도 주요 사업이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 삭감 또는 미반영으로 차질이 예상된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현재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은 제주밀레니엄관 및 제주여성프라자 건립과 반입가축검사 계류장시설 사업비 등이다. 여기에 4.3평화공원 조성 사업비도 2차공원 조성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유보됐다고 한다.
지자체 주요 사업의 경우 관련 예산을 줄여 반영하는 일은 많았지만 아예 사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지역별 주요 사업을 특색사업으로 인정해 전액 지원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도 일부 반영해 주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근년 정부의 지자체 예산 편성은 솔직히 입맛대로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물론 2005년부터 정부가 주도해 온 예산편성지침이 지자체로 넘겨진다고 하나 짧은 기간에 정착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 각 부처는 제주도가 요구한 예산 중 미반영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반드시 반영하여 현안사업이 유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제주지역 특색사업인 점을 유념한다면 예산 반영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가 얼마나 많은 대(對) 중앙 예산 절충을 펴왔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나름대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을 테지만 나타난 성과만 보면 그 노력이 미흡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요구한 예산이 꼭 지원돼야 하는 당위성을 각 부처에 설득해 전액 반영을 실현시켜야 한다. ‘주면 좋고 안 주면 말고’식 예산정책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240억원 요구액 중 겨우 19억원만 반영된 내년도 감귤원 폐원사업 지원 예산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전액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폐원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감귤산업의 타격은 불을 보듯 훤할 것이고, 이로 인해 제주지역 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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