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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한다. 교육자는 교육으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화가는 그림으로 말할 것이다. 가끔은 자살로 말하는 이도 있다.

최근 사법부의 어느 인사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할 뿐”이라고 한 적이 있다. 한 검찰 고위층도 그랬다. 검사는 수사로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백 번 옳은 말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해서 나라안이 온통 시끄럽다. 요즘 판결문으로 말해야 할 법관들이 판결문 아닌 말 때문에 사법파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에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강금실 법무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 회장이 대법원장이 추천한 대법관 후보들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한 뒤 자문위원직을 사퇴해 버렸다.

그 뒤를 이어 비슷한 이유로 한 현직 부장판사가 사표를 던졌고, 소장파 판사들 역시 대법원을 비판하는 연판장 돌리기에 나섰다. 대법원은 대법원대로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판결문으로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결문으로 말해야 하는 판사 세계의 잡음치고는 국민에게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현대 비자금을 수사 중인 검찰은 어떨까. 오로지 수사로써 진실을 말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자살에 이어 다시 권노갑 민주당 고문이 200억원 수수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설들이 분분하다.

정몽헌 회장에 대한 강압 수사설, 모처를 겨냥한 권노갑 수사설 등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말을 아끼던 검찰총장도 “강압 수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만약 있다면 책임을 진다”고 운을 떼고 있다. 그러나 역시 검사는 말보다 진실 찾기 수사로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교육자들은 교육으로 말하고 있을까. 일부는 아니다. 연가투쟁으로도 말하고, 집회로도 말하고, 힘이 불끈 솟는 팔뚝 쳐들기로도 말하고 있다.

언론인들은 또 어떤가. 기사로만 말하고 있을까. 어쨌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한 4대 신문 기사를 명예훼손이라며 총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주목거리다. 기자가 기사로 말했다가 송사에 걸린 셈이다. 올바로 말한 기사였는지, 그렇지 않은 기사였는지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봐야 알게 될 것이다.

오로지 말로써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그들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는데, 그들은 그렇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꾸 거짓말이 튀어나오고, 그러다보니 말만 많아지는 모양이다. 다만 정몽헌 회장만은 자살을 빌려 말하고 갔다. 그가 남긴 말의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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