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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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이 따로 있다지만 수많은 사람 중 정작 제 짝을 찾기란 정말 쉽지 않다.

예비 신랑신부에게 “어떻게 인연(因緣)이 닿았느냐”고 묻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우리의 전통 혼례에는 예식 바로 전에 신랑이 신부 집에 기러기를 바치고 절을 하는 전안(奠雁)이라는 의식이 있었다.

이 부부 인연의 의식을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기러기가 계절마다 때 맞춰 찾아드는 것은 신의를 지킬 줄 안다는 것이고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짓지 않는 것은 절의가 있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연은 그렇게 신의와 절의처럼 신성한 것이다.

▲과년한 딸을 가진 친구가 들려준 결혼에 관한 유머에 이런 게 있다.

어떤 이가 딸을 대학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니까 옆의 친구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말했다. “큰 딸을 대학에 보내는데 1년에 2000만원이나 들었네. 그런데 4년 후에는 결혼할 남자를 데려오더군. 그래서 둘째 딸은 300만원을 줘서 딱 한 달간 해수욕장에 피서를 보냈지. 그랬더니 아예 결혼해서 집에 왔지 뭔가. 대학보다는 해수욕장에 보내게.”

또 이런 유머도 있다.

아버지가 딸이 결혼할 남자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 “얘야 그 청년 돈이나 좀 있냐?” 그러자 딸이 대답했다. “ 그 사람도 아빠가 돈 좀 가지셨느냐고 자꾸 물어보던데요.”

이런 유머가 인연을 폄훼한다고 걱정 할 일은 아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이나 그 부모들이 어떤 결혼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얘기일 수 있으니까.

결혼의 조건으로 상대방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

최근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강도가 높아진 느낌이다.

▲부처는 보리수 아래서 얻은 깨달음을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전했다. 여기서 법은 부처가 깨달은 진리이고, 연기는 인연과 맞닿은 개념이다. 예컨대 두 개의 갈대 단이 서로 의지해야 설 수 있듯이 모든 것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는 상의성(相依性)이라고 할까.

세상사가 이렇듯 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흘러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소중한 인연의 고리가 점점 계산적이고 특히 돈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고 하니 한편 씁쓸한 것이다.

<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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