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한 농산물을 내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해 농민들은 부채의 악순환에 시달리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민 김갑수씨(가명)의 얘기를 들자면 이렇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리 3%대의 정책자금은 조건.자격 등이 까다로워 강 건너 불 구경하게 되고, 은행권의 영농자금은 연리 5%대이지만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자금이라 쓰기가 껄끄럽다.
이 때문에 가장 쉽고 편한 것은 연리 10%대의 ‘일반 대출’.
이에 따라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으면 해마다 1000만원 내외의 이자를 갚아야 하는데 농사만 짓고는 그럴 여력이 없어 다시 1500만원을 대출받아 1000만원은 이자로 물고 나머지 500만원은 생활자금으로 쓴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녀 학비, 차량 유지비, 경조사비 등 농촌에서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도시 사람들과 마찬가지”라면서 “버는 것은 없어도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을 꾸지 않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2층 집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굴리는 일부 농민들의 경우 잘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정작 빚을 지고 그 같은 생활을 하는 소위 ‘겉만 번지르르한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전했다.
“부채보다 희망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내년엔 허리띠 졸라매고 부지런히 일하면 부채를 갚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농민 어디 있는 줄 알아요?” 김씨의 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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