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마케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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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제주대 교수·경영정보학과·논설위원>

공짜를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다. 집에 컵이 많아 컵을 살 필요가 없는데도 공짜로 준다면 기꺼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공짜를 좋아한 나머지 뷔페식당에서 추가 비용이 없다고 마구 먹어 속이 불편한 경우도 생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의 본성을 가리킨다. 공짜를 꼭 우리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외국 사람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MIT의 애리얼리 교수는 초콜릿을 가지고 공짜 마케팅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는 대학 건물에 판매대를 설치하여 명품 초콜릿과 일반 초콜릿 두 종류를 진열하여 팔았다. 그가 선택한 명품 초콜릿은 스위스 린트 초콜릿이었다. 린트 초콜릿은 160년 동안 초콜릿을 만들어온 스위스 회사의 제품이다. 애리얼리가 선택한 일반 초콜릿은 허쉬 초콜릿이었다. 그가 처음에 책정한 린트 초콜릿의 가격은 개당 15센트, 허쉬 초콜릿은 개당 1센트였다. 초콜릿 판매대로 다가온 학생들 중 73% 학생들은 린트 초콜릿을 집었고, 27% 학생들은 허쉬 초콜릿을 골랐다.

애리얼리는 공짜라고 했을 때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린트 초콜릿의 가격을 15센트에서 14센트로, 허쉬 초콜릿의 가격을 1센트에서 공짜로 내렸다. 허쉬 초콜릿에 대한 매력이 갑자기 껑충 뛰었다. 초콜릿 판매대로 온 학생들 중 69%가 허쉬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반면에 린트 초콜릿의 판매는 31%로 뚝 떨어졌다.

사실 알고 보면 두 종류의 초콜릿 모두 1센트 깎아준 것이어서 둘 다 같은 할인 폭이다. 수학적으로 15센트와 14센트의 차이는 1센트와 0센트의 차이와 같지만, 소비자 심리에서 1센트와 0센트 공짜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공짜를 집는 소비자 심리에는 전혀 필요치 않거나 잘못된 물건일지라도 밑져야 본전으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아마존닷컴에서는 일정 액수 이상의 책을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을 해준다. 16달러 95센트짜리 책 1권을 구매한 고객은 3달러 95센트의 배송료를 따로 지불해야 하지만, 고객이 다른 책을 구입하여 구매액이 31달러 90센트가 되면 배송비가 무료이다. 고객 중에는 1권을 더 살 필요가 없지만 무료배송에 혹하여 1권을 더 주문하는 고객이 많았다. 아마존에서는 이 정책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는데 딱 한 군데, 프랑스는 예외였다. 프랑스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들보다 더 합리적이기 때문일까? 아마존 프랑스에서는 일정 액수 이상의 주문을 하면 무료배송을 해준 것이 아니라 같은 조건에 배송료로 1프랑을 받았다. 1프랑이면 20센트 정도로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250원 정도 된다. 공짜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실제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뒤늦게 아마존 프랑스가 다른 나라처럼 무료배송 정책을 펼치자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미국의 통신회사 AOL이 공짜 마케팅을 도입했다. 시간당 서비스 요금 제도를 매월 19달러 95센트에 마음껏 접속할 수 있는 월정액제로 바꾸었다. AOL은 새로운 이용요금제도로 수요가 5% 정도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하룻밤 사이 접속인원이 14만 명에서 23만6000명으로 늘었다. 평균 접속자의 2배였다.

물건을 고를 때 공짜가 있으면 거기에 마음이 가게 마련이다.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2970만원으로 30만원 싸게 파는 것보다 3000만원짜리 자동차와 3년간 엔진오일 무료제공권을 함께 주는 것이 더 팔린다.

공짜 마케팅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공공정책에도 긍정적으로 쓸 수 있다. 건강검진을 더 많은 사람이 받게 하려면 환자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깎아줄 것이 아니라 특정 항목에 대한 검사를 무료로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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