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은밀한 내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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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공업기술에서는 금(Au)보다 더 광범위하게 은(Ag), 백금(Pt), 팔라듐(Pd) 등 귀금속이 이용되고 있다. 더구나, 은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희로애락을 같이 누리고 있다.

은의 용기에 넣어 둔 물이 부패하지 않는 것은 아주 옛적부터 알려졌다.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음료수에 미량의 은이 첨가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은으로 침을 만들어 이용했고, 독을 방지하는 물건으로써 은수저를 귀중히 여겼다. 지금도 의학에서는 소위 은솜, 은붕대라고 하는 것들이 고치기 힘든 상처, 궤양, 피부병 등의 치료와 침구 치료에 쓰이고 있다. 또한, 종교적 측면에서 은용기에 소위 성수(holy water)를 보관했다. 이처럼 은용기 속에서는 물이 장기간 부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은용기 중의 물은 위장병의 예방에도 좋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상처난 부위에 은판을 접촉시키면 화농되지 않고 속히 치료가 됨을 믿었다. 이런 현상을 그 당시에 미신가들은 귀금속이 갖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결과는 과학적 근거, 은의 살균작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은은 극히 미량이지만 물에 용해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 용액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은이온이 미생물을 죽인다. 물론, 현재는 은나노입자의 살균작용 메커니즘이 규명되어 있다.

근자에는 누에를 이용한 기능성 은나노 천연실크가 개발됨으로서 은의 은밀한 장난은 양잠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청정지역 제주에서 양잠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기능성 천연명주실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망에도 부합될 것이다. 즉, 이 기능성 소재는 섬유표면 및 내부에 은나노입자가 함유됨에 따라 항균성, 살균성, 그리고 탈취성 등이 속옷, 양말, 스포츠 의류를 포함한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은과 관련된 사실을 몇 가지 더 살펴보는 것도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궁중에서 임금에 수라상을 올리기 전에 음식에 독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바로 은수저이며, 또한 은수저로 계란을 먹을 때 수저의 색깔이 변한다. 이런 흥미로운 사실의 과학적 토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순도 100%의 은은 너무 무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92.5% 은합금(정은, sterling silver, Ag 925)을 이용한다. 이 합금은 가공성이 좋고 단단하면서도 자기 고유의 자태를 마음껏 뽐낸다. 그러나, 보통 수저 제작에 많이 이용하는 것은 80% 은합금(Ag 800)이다.

<제주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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