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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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자란 식물은 찬물에 넣고 삶아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술에도 고유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술잔들이 있다.

단숨에 비워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주 막걸리는 사발이, 서로 잔을 돌리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소주·양주와 갈증을 푸는 시원한 맛이 자랑거리인 맥주는 그 크기가 다르지만 유리잔이 제격으로 꼽힌다.

와인에 대중화된 잔은 그 종류만큼 셀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종류에 맞는 잔에 와인을 마셔야 그 풍미를 더 세심하게 느낄 수 있어서다. 그만큼 술을 마실 때 술잔의 역할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맥주에 제격인 유리잔이 가장 먼저 퇴출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다. 펌에서 맥주를 기울이며 축구경기를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영국 내 현상이다. 한마디로 유리잔이 동원되는 폭력사건(한 해 평균 8만7000건)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1억 파운드의 공공의료비를 확 줄이겠다는 게 그 추진 배경이다. 그래서 강제로 변신을 추진 중인 술잔이 전통 맥주 유리잔과 용량이 같은 플라스틱 잔이다.

물론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통적인 유리잔에 길들여진 주당들과 주류협회들이 ‘술맛이 떨어진다. 새로운 잔 도입에 따른 추가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크게 반발해 유리잔이 영국에서 퇴출될 런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영국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술 첫 잔은 갈증을 풀기 위해,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해,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해,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해 마신다.”는 로마속담이 있듯이 과음이 유발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술잔으로 빚어진 폭력사건은 어느 정도나 될까. 아직까지 술잔이 동원된 폭력사건만을 세밀하게 분석한 통계가 없어 알 수는 없지만 심각한 수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해 평균 검거된 형사범들의 정신상태를 분석한 결과 10명 중 2명 정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통계만 봐도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해 19세 이상 성인 한 사람이 평균 소주 74명, 맥주 110병 등의 주류를 소비하는 우리나라에도 비뚤어진 술 문화가 개선되지 않은 한, 영국처럼 어떤 식으로든 강제 개선책이 구상될 런지도 모를 일이다.

<송용관 남부지사장 겸 남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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