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장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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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방부 가천의과대학교 부총장 겸 석좌교수>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다. 대개 광복절이 지나면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신선함을 느꼈는데 최근에는 날씨와 더불어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과 함께 주검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을 압도하다 보니 더욱 지루하고 무덥다. 꽤 오래 전 일이다, 전남 광양에서 강연을 하고 나서 몇 명의 30대 청년들이 강연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 같은 분이 꼭 도와줘야 할 게 있다고 한다. 얘기인즉슨 자기들은 한국의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민간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하며 필자의 동참과 도움을 요청하였다. 우선 비행기 시간이 급하니 나중에 학교로 필요한 자료와 내가 할 역할을 적어 보내달라고 하였다. 간단한 인사편지와 왜 그들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를 바꾸어야 하는지, 또 현재의 우리나라의 장례실태는 어떤지 등등을 기록된 자료가 운송되었다.

지금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1년에 20만여 개의 묘지가 만들어지며 면적으로 치면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잠식당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의 분묘 수는 약 2000만 개로 학교용지의 4배, 공장용지의 2배, 국토의 1%, 서울특별시 면적의 1.6배다.

중국여행을 했을 때의 일이다. 안내인이 여러 얘기를 하는 중에 중국에는 봉분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처럼 유교문화를 숭상하는 나라가 이게 웬일이냐 싶었다. 풍수지리설의 원조인 나라. ‘용의 발톱’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떠드는 나라가 아닌가. 중국은 연간 평균 사망자가 600만 명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땅, 그 중에도 명당이라고 일컫는 요지가 묘지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 중국 어디에서나 봉분을 한 무덤은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북경시에서는 94년부터 시작한 장묘문화 제2혁명운동으로 시신을 화장한 뒤 그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것이다.

특히 1979년에 사망한 저우언라이 전 국무원 총리는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해 그 유골이 비행기로 전국에 뿌려졌고, 1989년 후야오방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도 부인의 희망에 따라 화장된 유골이 강서척지에 뿌려졌다. 중국의 국립묘지인 베이징 ‘팔보산 혁명공묘’의 묘지 크기는 1~2㎡로 모두 납골묘다.

어린 시절 초대 대통령의 생일날이 되면 경기여고와 함께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가 동원되어 서울운동장에서 생일을 찬양하는 합창을 하곤 하였다. 그 당시 그 분이 대통령이니 당연히 생일에 동원되어 합창을 하는 것으로 알았고, 또 그 분은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공부도 제일 잘하고,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4·19혁명 이후 그 분이 최악의 지도자, 독재자였기에 결국 하야해서 하와이로 망명하였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접하고 어리둥절하였다. 또한 하야할 때 욕하고 비난하던 때와 달리 그 분이 운명했을 때 진정으로 슬퍼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대통령이 운명했을 때 어떤 장례를 치러야 할까. 법률적으로 국장, 국민장, 가족장 등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 운명한 전직 대통령 두분 중 한 분은 국민장으로 화장하여 고향마을에 모셨고, 또 한 분은 국장으로 서울 현충원에 모셨다. 장례가 국장이냐, 국민장이냐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대통령은 현재대로라면 5년에 한 명씩 나올 것이고, 또 그들이 인간인 이상 운명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전직이든 현직이든 대통령의 장례 형식에 대하여는 특별한 관심은 없으나 ‘○○○대통령은 국민의 귀감이 됐다’는 이 한마디는 듣고 싶다. 한국의 저우언라이, 후야오방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광양에서 만났던, 장례문화를 바꾸기를 원했던 그 젊은이들이 지향하고 희망하고 또 갈망하던 말,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이 장례문화의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하던 그 바람들이 생각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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