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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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밤 도박 신고를 받은 제주경찰서 소속 모 경장이 현장인 제주시 일도2동 소재 한 사무실에 출동, 도박 사실 여부를 조사하던 중 몸무게가 70㎏이 넘는 사냥개에 물려 봉변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법정싸움으로 비화돼 ‘충견’이라는 개 주인의 주장과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데 사용된 소위 ‘위험한 물건’이라는 경찰관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으나, 결국 판사가 경찰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제주지법 형사합의부는 지난 21일 개 주인이 위험한 물건(개)으로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졸지에 ‘충견’에서 ‘위험한 물건’으로 전락한 개의 심정이야 어떻게 알 도리가 없다.
개는 약 1500만 년 전부터 살았던 동물이자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이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토마르크투스의 후손이다. 야생 개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1만~2만 년 전 유럽에서 석기를 쓰던 사람들이 사냥할 때 이미 사냥개로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개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람이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을 먹고, 사람이 보는 것과 비슷한 것을 보면서 살아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동물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믿음직한 충견이 있음을 의심치 않으며 ‘의견비(義犬碑)’, ‘충견비(忠犬碑)’ 등을 세우고 견공의 의리와 충성에 얽힌 일화를 수없이 만들어냈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다 죽은 명견(名犬)의 이야기는 주지하는 바이고, 이달 초에는 실종된 지 1년9개월 만에 80여 ㎞ 떨어진 담양의 옛 주인집으로 돌아간 개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신문지상을 달궜다.

최근 납치, 살인 등 뒤숭숭한 사회 안팎의 정서 때문인지 서울 강남 애견가를 중심으로 기존 맹견을 능가하는 강력한 힘과 사나운 성격을 지닌 초맹견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호신용에 제격인 이들 개는 희소성이 높아 분양가가 200만~300만원을 호가한다. 훈련을 시켜 주인에게 맹종하는 호신견을 만들어 스스로 보호하자는 것에 반론을 달지는 않겠다.

그러나 최근 도시.농촌에 풀어서 키우는 개가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이 높고 자치단체에 적절한 대책도 없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네댓 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면서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협하거나 광견병 등 전염병을 퍼뜨리고 일부 도로변에 사고를 당한 개의 사체가 방치되는 등 불안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연히 주인의 안전불감증과 이들 방견을 포획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 부재 등이 숙제다.

‘충견’ 공방에서 보듯 개는 언제든지 충견에서 방견으로, 혹은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들과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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