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담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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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현인의 노래로 잘 알려진 ‘전우야 잘자라’의 일부 가사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전장에서 많이 불렀던 이 노래에 등장하는 화랑 담배는 1949년 국군창설 기념으로 나왔다.

전우의 시체를 넘어 북진해 가는 병사들이 화랑 담배 연기속에서 먼저 간 전우를 떠올리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은 역사가 됐다.

치열한 전쟁 속에서 살아 남은 화랑 담배는 1981년까지 32년간 장수하며 병사들의 심신을 달래줬다.

▲1981년 말 화랑 담배는 장병 처우 개선 차원에서 일반담배인 ‘은하수’와 ‘한산도’가 배급되기 시작해 생산이 중단됐다.

1988년까지 ‘은하수’와 ‘한산도’는 기호품비 명목으로 매달 1500원(갑당 100원)을 병사들에게 지급됐고 1989년 ‘백자’, 1990년~1993년 ‘솔’, 1994년~2000년 ‘88 라이트’, 2001년~2008년 ‘디스’로 바뀌었다.

물론 면세 담배로 병사들에게 지급됐다. ‘은하수’는 적당히 순한 맛으로, ‘한산도’는 조금 쓴 느낌의 기억과 함께 담뱃갑에 그려진 충무공 해전도(海戰圖)가 생생하다.

▲군부대의 면세 담배가 올해 초 사라지면서 장병 흡연율이 줄어 들었다고 한다.

2005년 15갑(디스 기준 갑당 250원)에서 해마다 1인당 구입 한도를 줄이기 시작해 지난해 5갑으로 줄이자 흡연율이 49.7%로 낮아졌다.

국방부는 값싼 면세 담배가 사병들의 흡연을 조장한다는 여론과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입국가의 위상을 감안해 면세 담배 판매 제도를 중단했다.

금연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금연 클리닉 등 금연운동도 한 몫을 했지만 면세 담배 판매 중지라는 초강수가 흡연율을 낮춘것만은 확실하다.

이쯤되면 한 개피 담배도 나눠 피우며 전우애를 굳게 뭉친다는 군가가 무색하다.

훈련을 하고 난 뒤 ‘담배 일발 장전’이라는 함성과 함께 나눠 피우던 담배는 이제 추억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질 지 모른다. <김홍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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