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중 줄타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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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도 북한 특유의 줄러.중 줄타기 행보는 어김없이 재현됐다.

북한은 예상과 달리 회담내내 러시아와의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김영일 외무성 부상 등이 26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북한과 러시아간 똑부러진 양자접촉이 성사되지 않았다.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내 팡페이위앤(芳菲苑)에서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이나 회의 종료이후 자연스럽게 러시아와 대화를 나누기는 했겠지만 양자접촉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은 없었다.

당초 러시아는 회담 참여가 불투명했으나 막후절충 막판에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합류했다는 후문을 감안할 때 북한의 이런 행보는 외교가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

외교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구태여 러시아와 친밀함을 과시하지 않아도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내재돼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6자회담이 개막되자 마자 북한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발언'들을 쏟아내 현지 취재진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6자회담 개최합의 사실을 '특종'한 것도 러시아였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거나 '핵 개발 포기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 러시아 수석대표의 입을 통해 알려지고 있고, 미국과 한국, 일본 대표단은 이를 사실상 부인하는 데 주력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결국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러시아라는 존재를 매개로 북한은 의장국인 동시에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현지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 회담의 주최국으로서 회담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핵심 참여국인 북한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회담 기간 북한 대표단을 배려하는 중국의 자세가 어렵지 않게 노출됐다.

회담장에서 북한과 미국을 나란히 앉도록 좌석을 배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양자접촉을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또한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초청 만찬에서도 양측 수석대표들이 옆자리에 앉아 1시간 동안 '격의없는' 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또 중국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회담의 성사를 위해 북한측이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북한은 어렵지 않은 줄타기를 통해 러시아의 협조와 중국의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핵문제 해결의 직접 당사자이면서 협상의 담판대상인 미국과의 간극을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줄타기 행보가 실질적인 협상력을 제고하는데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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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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