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보뢰(亡羊補牢)
망양보뢰(亡羊補牢)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다음은 현대 정몽헌 회장의 타계소식을 접하고 얼마 전 모 독자가 필자에게 보내온 편지 내용이다.

“…요즘 비통한 소식에 마음이 무거우시지요. 최소한의 양심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 정치인들인가요? 오직 모사가 있을 뿐…. 옛날 정치의 중심인 왕실의 역사를 보아도 형제도 친구도 없이 오직 정권을 위해서 모사를 해야 살아남는 존재들이 왕족들이었지요.

순수한 경제인으로 남아야 할 사람이 개인적인 뜻을 펴겠다고 정치인과 손을 잡아 비극이 되고 말았지요. 그러나 한편 돈 좀 벌어서 뜻을 펴려니 정치적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정주영씨가 말년에 남북통일을 위해 공헌을 해보겠다고, 아니 최소한 남.북 화해 속에 소통의 길을 트고자 노력을 하다가 갔고 아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 애쓰다가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지요.

이제 파헤치는 야당이나 파헤치기를 부추기는 언론이 미워지는군요. 믿고 맡길 때도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한 가정에서도 각자의 비밀스런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경제적 지출을 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는데…. 투명하게 정해진 방법대로 상식적으로 움직인다면 획기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루어졌을까요? 한나라당의 방법대로 계속 지나간 일을 트집잡아 자기들의 입지를 세우는 데에만 급급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정치적 혼란은 심해질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투명하게 한답시고 계속 국회에서 논의하는 절차나 국민적 합의로 이끌어가려 했다면 아직도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하고 남.북의 벽은 더욱 높아지고 외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남북문제는 다시 외세에 넘어갔습니다.

북한이 정 회장의 죽음으로 인해 대화의 창을 닫아버릴 조짐이 있는데 그리되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미국이 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정말 슬픈 일이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좀 시일이 지난 편지라서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편지 내용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필자 혼자만일까. 중국 촉(蜀)나라의 제갈량은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전쟁에 임해 대패한 마속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눈물을 흘리며 목을 벤다.

그러나 유비가 죽으면서 제갈량에게 마속의 경박함을 지적하며 중임을 맡길 때 신중하도록 당부한다. 그러면 그를 중용한 제갈량도 책임을 져야되는 것 아닐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재계 1, 2위를 다투던 현대를 앞세워 대북사업을 추진하다 결국 거덜나게 한 책임을 정부는 통감해야 할 것이다.

정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기 전에 개성공단 투자기업 유치를 위해 미국과 일본에 갔으나 평당 390만원씩 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양국 기업들이 시큰둥해 하며 별 소득이 없자 실의에 빠졌다 한다. 장례식 때 각계 인사들이 그리 많이 와서 아까운 사람 잃었다고 애석해 할 바에야 그가 생존시 관심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어야 했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는 6자 회담이 진행 중에 있는데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남한을 겨냥한 1만5000여 대의 미사일 포대를 배치해 놓는가 하면 미녀 응원단과 함께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고발하는 시위팀에게 북한 기자단이 거세게 항의해와 몸싸움이 벌어지고 인권운동가 노르베르트 폴러첸씨는 북측 기자에게 구타당해 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다.

항간에 서울에 다녀온 사람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서울 정경(情景)에 대해 논쟁하게 되면 갔다오지 않은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6.25 전란의 참상, 그 수많은 주검, 추위와 굶주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전쟁의 참혹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철딱서니 없는 학생들이 미군 부대 훈련장에 진입해 탱크에 올라 성조기를 태우며 시위를 하다 강제로 끌려나왔다. 과연 미군의 개입없이 북한과 전쟁이 나면 우리측이 승리할 수 있을까. 현재 돌아가는 한반도의 상황이 대한제국 말년과 너무나도 흡사한 것만 같다는 것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중국 주석 후진타오가 김정일에게 “이제 전쟁 준비는 그만하고 경제개발에 힘쓰라”고 권했다는데 그렇다면 경제 상황도 좋지 않고 사회 구석구석이 불협화음으로 연일 삐걱거리고 있는 우리는 어찌 해야만 할 것인가. 제발 양 잃고 우리 고치는(亡羊補牢) 역사의 우(愚)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아니 될 터인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