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과 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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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은 익숙하지 못한 무당, 즉 서투른 무당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아마 선무당의 ‘선’은 ‘설다’에서 온 말인 듯하다. 서투른 것을 흔히 설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의원(醫員)은 익숙하지 못한 서투른 의원(醫員)인 셈이다.
예부터 의원 중에는 명의(名醫)보다 선의원이 몇 배 많았을 터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돌파리 의사’라는 것도 선의원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도의 명의 중에 월계 진좌수(月桂 秦座首)를 으뜸으로 치는 모양이다. 그는 당시 명의의 반열에서 벗어나 신의(神醫)의 경지에 이르렀다니 말이다.

물론 구전(口傳)이지만 월계 진좌수는 얘기 자체가 명처방(名處方)이요, 아무거나 쥐어주면 그게 선약이고 신약이었다고 한다. 해뜰녘에 찾아온 위급환자 가족에게 그는 여닫이문을 열고 문지방 한 켠의 먼지를 한 움큼 쥐어 주었다고 한다. 그 먼지를 먹고 위독했던 환자가 살아났으니 신의 중의 신의가 아니겠는가.

이를 본 선의원이 그렇다면 누군들 명의가 못 되겠나 싶어 저녁 때 찾아온 환자에게 역시 문지방 먼지를 처방했더니 그만 그 환자는 북망산으로 떠나 버렸다.

월계 진좌수의 말인 즉슨, 자기가 처방한 문지방 먼지는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한 해 뜨는 아침의 것이요, 선의원의 그것은 만물이 잠들려는 저녁의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선의원은 명의의 흉내를 냈다가 사람을 죽인 꼴이 되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속담도 있다. ‘선무당은 사람 살려도 선의원은 사람 잡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중 속담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무당이야 선무당이든 수(首)무당이든 어쩌다 재수 좋으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선의원이야 어디 그런가. 사람을 살리기보다 위태롭게 하기가 십상일 것이다.

엊그제 민주노총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주 심한 말을 했다. ‘선무당 노무현이 노동자 잡네’라는 제목의 성명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민주노총의 이러한 원색적 비난은 전 정권 때 한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쌍벽을 이룰 만한 독설 중의 독설이다. 아무리 선의로 생각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말 치고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한 네티즌은 도리어 민주노총에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는 민노총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노 대통령이 노동자를 잡는다면 당신들은 국민을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사실 선무당이 노동자를 잡게 될지, 살리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선무당은 선의원과는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 다만 민노총이 선의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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