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원진 지갑 추석 장보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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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장바구니 물가 2개월째 오름세
선물도 2만원대 선호…서민가계 주름


“휴, 왜 이렇게 들어가는 돈이 많은 거야.”
추석 비용 산출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던 주부 김모씨(41)의 한숨 어린 독백이다.

김씨 메모에 적힌 준비물은 추석 차례상과 간단한 부모님 선물, 훌쩍 커버린 아들의 옷 한 벌이 고작이지만 50만원에 달하는 최소 예상금액은 버겁기만 하다.

경기 침체로 가벼워진 지갑도 있지만 아직까지 남편이 추석 보너스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는 점도 김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김씨는 “넉넉한 추석이라지만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마음은 정반대”라며 “올해인 경우 벌써부터 장보기가 두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 상승=이처럼 가계 살림꾼인 주부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주요 원인은 추석을 앞둬 오름세를 타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
29일 통계청 제주통계사무소(소장 이상화)가 내놓은 물가동향을 보면 이달중 제주도내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5% 상승, 2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4% 상승했는가 하면 식료품 등이 많이 올라 서민가계를 압박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올 들어 유난히 잦았던 비날씨 등 이상기후가 직접적인 원인. 이로 인해 채소.과일 등 농산물의 작황 부진과 출하물량 감소로 가격이 급등,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한 달 새 많이 오른 품목으로는 배추(61.3%)와 복숭아(48.3%), 무(37.4%), 깻잎(27.1%), 고등어(22.6%), 미나리(20.5%), 감자(19.2%) 등 농.축.수산물이 대다수를 이뤘다.

여기에 남자구두(6.5%)와 양념장(5.3%), 월세(0.1%), 회덮밥(9.6%), 햄버거(9.5%) 등 공업제품과 집세, 개인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주부들의 주름살을 깊게 했다.

더욱이 올 들어 이달까지 물가 상승률은 3.3%로, 물가억제선(3%)을 웃돌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체감물가)도 한 달 새 0.9%나 급등, 서민가계의 물가 고통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차례상 준비도 버겁다=주부들의 물가 체감지수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차례상 준비.
기상 악화와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과일 값이 껑충 오르는 등 제수용품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과.배 등 과일의 경우 아직 출하조차 안 돼 가격을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사과는 10㎏ 기준 6만원, 배는 15㎏ 기준 4만원대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조만간 나오는 햇밤과 대추, 햅쌀 등도 공급 부족으로 지난해에 비해 가격 상승이 불가피, 차례상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옥돔이 ㎏당 2만5000원(5~6미)~3만9500원(2~3미)으로 지난해 수준을 밑도는 데다 쇠고기.돼지고기 등 육류도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위안이 되는 실정.

그러나 과일이나 나물, 생선류 등은 주부들이 실제로 추석 장을 보는 다음 주말께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주부들의 심리적 위축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농협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추석을 맞는 분위기가 작년과 사뭇 다르다”며 “선물세트 구입도 2만원대 이하의 저가 선호가 뚜렷, 나빠진 서민가계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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