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거의 잃은 민속마을
원형 거의 잃은 민속마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정부가 처음으로 전통민속마을을 선정,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로 보존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부터다. 1983년 선정된 순천 낙안읍성이 첫 국가지정 전통민속마을인 셈이다.

그 뒤를 이어 1984년에는 안동의 하회, 남제주군의 성읍, 경주의 양동마을, 그리고 2000년에는 고성의 왕곡, 아산의 외암마을 등이 역시 국가지정 전통민속마을로 선정돼 보호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 현재 전국의 국가지정 전통민속마을은 모두 6개가 된다.

그런데 감사원 조사 결과 이들 민속마을 중 어떤 곳은 원형이 크게 훼손됐음이 밝혀졌다. 이를테면 순천 낙안읍성의 경우 원형이 76.4%나 훼손됐고,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88호인 남제주군 성읍민속마을은 전통가옥 95.7%가 현대식으로 개조돼 원형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한다.

특히 낙안읍성의 원형 훼손율보다도 20%나 높은 성읍민속마을의 원형 훼손율은 전국 최고로 심각한 상태다. 성읍 성곽내의 가옥 92채 중 4채를 제외한 88채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가옥 이외의 건물 219동도 훼손됐다니 말이다.

원형을 잃어버린 가옥들은 부엌.창문.마루.지붕 등을 개조해 유리문을 달았고 시멘트를 발랐는가 하면, 현대식 욕실까지 마련한 곳이 있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이 전통민속마을 현상 변경 허용 범위와 보존관리에 관한 합리적 기준을 설정해 운영하되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지만 때가 이미 늦었다.

벌써부터 문화재청과 해당 지자체는 민속마을 보호정책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상응한 지원책을 마련해 줬어야 했다. 그렇지 못함으로써 불이익과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국가지정 전통민속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가옥들을 개조, 원형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민속마을은 일단 원형이 훼손되면 복원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사 복원하더라도 원형을 완전히 되살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예산도 낭비된다.
우리는 성읍민속마을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당국은 무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때를 놓치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훼손된 부분을 잘 복원해서 보존.관리에 철저를 기해 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응분의 지원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안 되면 설사 복원하더라도 다시 훼손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