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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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한 마을에 의좋은 형제가 살았다. 형제는 농사를 같이 지었다. 가을이 돼 벼를 수확한 형제는 다 벤 벼를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
밤이 되어 동생은 똑같이 나눈 것을 후회하고 가족이 많은 형님 가족을 위해 밤에 몰래 자기 것을 형님 벼에 더 올려 놓았다. 그런데 형님은 동생이 새 살림을 차려서 쌀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 뒤 밤에 몰래 벼를 동생 벼에 올려 놓았다.

다음날 아침 농사를 지으러 밭에 나간 형제는 둘 다 깜짝 놀랐다. 분명히 상대 쪽에 많이 쌓여 있어야 할 벼가 똑같은 양으로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밤이 되자 두 사람은 서로 상대에게 많은 벼를 주기 위해 밭으로 나갔고 이들은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고 뜨거운 형제애를 확인한다.’

이는 ‘의좋은 형제’라는 동화를 요약한 것으로 요즘도 초등학생들에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대부분의 가정은 물론 중.장년층 가정의 서재 한 켠에도 빛 바랜 이 동화책 한 권 정도는 꽂혀 있을 것이다.

최근 형을 대신해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으려던 30대 동생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 동생은 회사 일로 바쁜 형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신체검사를 대신 받으려 했다면서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잘못을 후회했다. 경찰은 이 동생의 행위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행위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동생을 불구속 입건한 뒤 석방했다.

동생의 행동은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사건은 또 한편으로 ‘형제간의 관계’를 되새겨볼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요즘 형제간 불화로 빚어지는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소.고발 등 형사사건에서부터 재산문제 등 민사분쟁까지 피를 함께 나눈 형제라고 보기에 민망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전통적 가족관 역시 그 빛이 바래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자신들의 생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고 어렸을 적 순수했던 형제애 역시 옅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31일에는 제주도 전역에서 올해 최대의 벌초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산소를 말끔히 단장하기 위해 모인 형제들간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저마다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 동화 속에 나왔던 ‘의좋은 형제’처럼 돈독한 형제애를 되새겨보는 것도 더없이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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