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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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싱가포르. 국제자유도시 경쟁력 현장 취재 중 50대의 한 교민을 만났다. 그는 한국 상사 주재원으로 있다가 현지에서 중개 무역업체를 설립, 운영해온 지 16년째라 했다.

그만하면 6000여 명에 이른다는 교민사회 경력 면에서 중견급에 해당되는 것 같았다.
대담 도중에, 고국에는 자주 가는지, 그리고 그때의 인상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그는 1년에 두 번 정도 가게 된다면서 대뜸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한국에 가면 가장 겁나는 것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순간 당황했다. 질문이 너무 갑작스럽고 저돌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들었을 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얘기인 즉, 이러했다.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내려 출구를 나올 때마다 고민을 하곤 했다. 도로변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야 되는 것인지, 말아야 되는 것인지를 말이다. 택시를 타고 본가(本家)가 있는 ‘목동 갑시다’ 하면 운전사가 엄청 화를 냈다. ‘그렇게 짧은 거리 승객을 태우려고 몇 시간씩이나 기다린 줄 아느냐’며 마치 대들 듯했다.

그런 후 동북아 허브를 표방하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섰다. 영종도에서 목동까지는 꽤 되는 거리다 싶어 인천공항에서는 안심하고 택시를 탔다. 웬걸, 김포공항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다시 김포공항 때와 같은 항의조에 기분이 상한 채 목동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가 언제 당신 보고 기다리라고 했느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입 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가 가장 겁내는 것은 한국의 국제공항에서 택시 타기였다.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우리는 오래 전부터 친절하고 상냥한 손님맞이 국민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이에 힘입어 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 등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국민의식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으로 뿌듯해 했다.
그러나 밖에서 들은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선진 시민의식은 한참 멀었다는 것이었다.

극소수 운전사에 불과하겠지만,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들을 두려움에 싸이게 해서야 되겠는가. 돈을 내며 오겠다는 손님을 내쫓는 격이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다시 또 오고 싶을까. 그만큼 방문지의 첫 인상은 엄청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공항 택시 타기 두려움이 혹 제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분명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앞서 시급히 해결해야 될 도민 자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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