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
과잉공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는가.”
제주 관광이 내년 7월 주 5일 근무제 실시에 따라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일찍부터 전국 자치단체들은 물론이고 여행.관광업계들은 주 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주말 고객 유치에 치밀한 전략들을 세우고 있다.
주 5일 근무제 실시로 국내 최대 관광지인 제주도가 뜰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정작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들 업계의 우려는 다름아닌 공급 과잉에 있다.
지난 여름(7~8월) 입도 관광객 수는 10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여 명 늘어났으나 관광업계 벌이는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중문관광단지내 특급관광호텔의 경우 지난 8월 객실 점유율이 지난해 90%에서 70~80%대로 떨어졌다.
관광호텔업계의 불경기는 무려 500개를 넘어선 펜션형 민박 등의 공급물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펜션형 민박업은 올 여름 돈벌이가 됐나 싶은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한철 장사치고는 재미가 쏠쏠했으나 올 여름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고 불퉁댄다.

지난해 여름 펜션형 민박이 돈 된다는 소문에 해안도로, 해수욕장 중심으로 펜션형 민박이 즐비하게 늘어서는 바람에 앞으로 민박으로 돈 벌기는 종쳤다는 푸념마저 들린다.

펜션업이 저금리 시대 수익성 상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렌터카 업계는 가족 단위 중심의 여행에 맞춰 렌터카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지만 공급과잉으로 가동률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멈추고 있다고 볼멘소리이다.

지난해 3500여 대 수준이던 도내 렌터카가 현재 7000대를 넘는 등 갑절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관광호텔업계는 요즈음 또 하나의 근심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미국 SCI사가 중문단지내에 1만실 규모의 호텔을 짓는다는 소식에 ‘외자유치만이 능사인가’라는 경계의 눈빛이 선명하다.
도내 펜션형 민박, 관광호텔 등을 포함해 관광숙박업소 객실이 어림잡아 7000여 실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SCI사의 객실 규모는 가히 놀랄 수준임에 틀림없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도내 골프장 건설이 되살아나면서 도내에 조성되거나 계획되는 골프장 수는 31개에 달하고 있다.
북제주군만 하더라도 크라운컨트리클럽 등 운영 중인 골프장 3곳을 비롯해 공사 중이거나 사업승인이 예정된 곳, 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된 곳 등 모두 17곳에 이르고 있다.

북제주군의 골프장 총량 면적은 17.095㎢(1709만5000㎡)로 체육시설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18.590㎢(1859만㎡)로 법적 허용 면적에 근접해 포화상태에 있다.

도내 골프장의 총 면적은 3650만3000㎡로, 골프장 가능 면적의 79.5%에 이르고 있다.
현재 기준에서 앞으로도 8~9곳 정도의 골프장이 추가 조성될 수 있어 총 39~40곳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검토 중인 면적 제한을 임야의 7%로 확대할 경우에는 15곳 정도가 추가로 조성할 수 있어 총 54~55곳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얼마 전 열린 한국관광학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양승용씨(경희대 박사과정)는 “2010년 도내 골프장 내장객은 82만명으로 예측, 18홀 기준으로 20개 내외로 추산했는가 하면 골프장이 27개 이상일 경우 과당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제주지역은 감귤산업, 건설업체, 음식산업 등 상당 부문이 과당경쟁으로 제 살을 깎고 있다.
공급을 우선시 하는 아담스미스와 수요를 중요시하는 케인즈가 21세기 살아있다면 제주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유할지 자못 궁금케 하는 대목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주 5일제 시행 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 효용에 도달한 제주관광, 더 나아가 지역경제에 정확한 진단과 시장 설정으로 공급과 수요의 균형점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