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단풍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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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벌써 중순이건만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은 아직도 발끝에 묻어있다.

그러니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가을 단풍 소식은 무척이나 반갑다.

기상청은 올해 단풍이 예년보다 다소 늦게 찾아오지만 그 색깔은 어느 때보다 고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여름철 강수량이 많았고, 앞으로 10월까지 맑은 날이 이어져 일조량이 풍부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뭇잎은 보통 9월 중순이후 하루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형형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 시기는 산 전체 높이로 보아 20%를 덮으면 첫 단풍이라 부르고 80% 정도면 단풍 절정기로 본다.

올해 첫 단풍은 10월1일 설악산에서 가장 먼저 시작될 모양이다.

한라산은 첫 단풍을 10월19일 볼 수 있고, 절정기는 11월4일쯤 된다는 전망이다.

▲단풍 이야기 하면 미당 서정주의 명시 ‘푸르른 날’을 빼놓을 수 없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을 지고지순하게 잘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오늘의 스포트라이트는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는데’라는 맑고 아름다운 시어에 모아진다.

붉은 색, 노란색, 갈색의 가을 단풍은 봄과 여름의 고초를 이겨낸 엽록소라는 초록의 고귀한 삶이 스스로를 전부 비우면서 탄생시킨 자연과의 교향악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만산홍엽(滿山紅葉)의 한라산이 기다려진다.

등산을 즐겨않는 시민들도 올해만큼은 가을산행 계획을 잡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첫 단풍부터 빛깔이 곱지도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여도 구름이 낀 날이 많게 되면 단풍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단풍 자체는 스러지는 생명들이 내뿜는 ‘희생과 비움’의 아름다움을 지닌다. 이 것은 변치 않는 엄연한 진리다. 노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설파했다. 자연을 본 받으라는 의미다. 있는 그대로의 안정적인 질서와 어울리라는 얘기다.

다가오는 산행에서 비록 울긋불긋 않더라도 단풍 자체에서 순리(順利)를 느낄 일이다.

청명한 가을 아침이다. 행복과 불행은 외적 상황이 아니라 내적으로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달렸다는 법정스님의 법문이 새삼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