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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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말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오랑캐가 번다’는 말이 있다.
땀 흘리고 노력한 사람 따로, 그 노력으로부터 실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대낮에 눈뜨고 도둑을 맞는다는 말도 비슷하게 쓰인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나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함을 일컫는 말이다.

조금은 이상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최근 정부가 하는 일이 이와 비슷한 일이 아닌가 싶다.
바로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복권법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본격화된 지방분권 추진전략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정 확보가 지방분권의 성공조건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고는 있으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때 제주도 지방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복권수입을 정부가 가져 가겠다는 발상은 ‘재주는 제주도가 부리고 돈은 정부가 가져 가겠다’는 뜻과 다름 아닌 일인 것이다.

특히 통합복권법 제정의 이유로 복권이 사행심을 조장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은 어불성설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행하는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하고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말을 어느 국민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500억여 원에 이르는 복권수입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제주도 수입으로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주도가 1995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관광복권 발행조항을 신설해 인쇄즉석식, 인쇄추첨식, 인터넷즉석식 복권을 판매하다가 지난해 12월 10개 기관이 온라인 로또복권을 연합발행하기까지 8년의 세월에 걸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복권수입금도 급식시설 지원, 1차산업 육성, 환경보전, 사회복지 등에 유용하게 쓰여 왔으나, 통합복권법이 제정돼 복권수입의 70%를 정부기금화할 경우 이러한 사업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일을 창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미 만들어진 것을 가져 가는 것은 쉬운 일이다.
지방분권을 외치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만들어놓은 복권발행 권한을 손쉽게 가져 가기보다는 스스로 지혜를 짜내 지방으로 재원확충방안을 이양하는 것이 더욱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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