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비소의 극적인 등장
파란만장한 비소의 극적인 등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비소(As)도 인체에 필수적인 원소이지만, 보통 독극물로만 인식되어 있다. 비소보다는 이의 화합물인 ‘비상’이라는 용어가 먼저 뇌리를 스쳐갈 것이다. 이 비소 화합물은 지킬과 하이드(Dr. Jekyll & Mr. Hyde)의 내면의 양면성을 지닌 채 인류에게 선택받기 위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물질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비상은 학질 치료와 구충제 혹은 피부질환이나 악성종창 등에 이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비소 화합물을 치료제로 공식 승인했다

비소 화합물이 19세기에 널리 유행하던 매독치료제로 등극하지만, 나폴레옹의 죽음을 재촉한 저승사자로 지목받는 심술꾸러기이다. 그러나 이 비소화합물이 지구상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현대적인 화학분석에 의하여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 많은 양의 비소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비소 중독으로 나폴레옹의 죽음을 재촉한 것은 벽지 때문인 것으로 규명되었다. 그 당시에는 벽지에 아름다운 녹색을 내기 위해 비소 화합물, 아비소산 수소 구리(CuHAsO3)가 사용되었다.

건조한 날씨에는 이 염료가 꽤 안전하지만, 나폴레옹이 유배되어 있던 세인트 헬레나(Saint Helena겙磁냅?대명사로 흔히 일컬어지는 곳으로 6년 동안의 유배생활 끝에 최후를 맞은 작은 외딴섬)의 축축한 집의 벽에서 자란 곰팡이는 벽지에 문제를 야기 시킨다. 이러한 많은 곰팡이는 염료인 비소 화합물을 기체상태의 트리메틸비소로 변환시킨다. 나폴레옹은 침대에서 이 유독한 기체를 흡입하면서 병이 더욱 깊어 갔으며, 이로 인해 그의 죽음은 더 빠른 속도로 접근했던 것이다.

이와 다른 측면에서 과학 발전상의 그림자를 음미할 수도 있다. 특정한 병원균만을 공격하는 것으로 ‘마법의 탄환’이라 불리는 비소 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해 606회의 실험을 시도한 독일의 에를리히(Paul Erhlich)의 도전정신을 되새김질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에를리히는 실패를 겪을 때마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즐겁다고 외쳤던 과학자이다.

605회의 시행착오 끝에 매독 치료에 특효가 있는 비소화합물 ‘살바르산 606’을 개발했다. 606이라는 숫자는 에를리히가 각고의 노력 끝에 606번째로 얻은 물질이라는 뜻이고, 살바르산은 ‘세상을 구원하는 비소’라는 의미이다. ‘살바르산 606’은 페니실린이 보급될 때까지 40년 가까이 신비의 약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도 에를리히의 과학정신을 발휘하여 마음속에 영글어 가는 내일의 꿈을 현실적 결정체로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